한국일보

멀리, 그리고 전체를 바라보자

2009-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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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 그리스도의 교회 목사)

요즘 신문에서 두 가지의 기사를 보았다. 하나는 뉴욕의 한 의사가 아내에게 기증했던 신장에 대해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내가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뒤 외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또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 선원 25명를 풀어주는 대가로 300만 달러의 몸값을 챙긴 소말리아 해적 중 일부가 보트 전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들을 향해 횡재를 했다가 횡사했다고 전한다.

사람의 눈은 보이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위험을 경계해 멀리 있는 위험을 못 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의 어려움을 과대평가 해 미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눈앞의 이익이 만족스러워 자만심에 빠지는 바람에 미래의 이익을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체를 바라보는 눈과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바둑이나 장기를 잘 두는 고수들은 아홉수를 내다본다고 했다. 다음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내
돌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을 해야 한다.


두 수 앞을 내다보는 것과, 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것의 경우의 수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아홉수의 예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것들을 미리 생각하고 미리 그것들을 대비한다. 이런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런 사람들을 세상은 보통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혜안을 가진 사람’은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1859년, 미국의 스워드 국무장관은 당시 얼음덩어리 뿐이던 알래스카를 구입하기 위해서 러시아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에서 알래스카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스워드 국무장관은 알래스카 구입을 더는 늦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래스카 구입이 쉽지는 않았다. 반대가 대단히 심했다.

‘필요 없는 얼음덩어리를 왜 사냐’, ‘스워드는 멍청이’, ‘아이스 스워드’, ‘얼음지옥!’, ‘스워드의 냉장고’라는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스워드는 한반도의 8배 정도 되는 알래스카를 평당 ‘2센트’, 총 합계 720만 달러를 지급하여 구매하였다. 하지만 지금 알래스카 지역의 모피는 720만 달러의 10배에 해당하는 7200만 달러에 거래되었으며, 석유가 발견되어 알래스카는 미국의 소중한 자원의 보고가 되었다.

1년만을 생각하는 사람과 20년을 생각하는 사람은 말도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 오늘을 재빠르게 점검하고 평가해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높이 오르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갈매기의 꿈을 새롭게 꾸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멀리 보는 것은 각종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이다. 특히 세상이 어둡고 험할 때는 멀리 보는 것이 최상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지금만 보여주는 시계보다는 허리춤에 달고 다니던 큼직한 아날로그의 시계가 그립고, 일 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농부의 벽장에 걸린 달력이 새삼스러워지는 때이다. 그 곳에는 남은 때를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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