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의 정치 소식을 들으며

2009-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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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취재2부 기자)

한국일보 편집국에는 두 대의 텔레비전으로 NY1과 YTN이라는 24시간 뉴스채널이 계속 보여 진다. 오후 2시면 ‘새벽 4시 YTN 뉴스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는,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한국의 소식을 접하는 환경이다.

소식을 듣는 건 좋은 데 뉴스의 주가 되는 정치 소식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쌈박질만 하는 내용이라 짜증이 난다. 언제나 저런 후진적인 정치를 면하나 싶지만 한편으론 이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생기는 것 같다. 즉,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나도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옹호했을 텐데 미국 생활 10년이 넘어서면서 방관자적인 입장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시야가 다소 넓어졌다는 느낌도 있다.


한 예로 전교조를 심정적으로 지지하지만 그 단체가 학생과 교사에 대한 평가에 목숨 걸고 반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교사의 능력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 라는 칼 같은 잣대로 무자비하게 교사와 교장의 목을 치는 워싱턴 DC의 한인 교육감 미쉘 리야말로 전교조의 입장이라면 악의 화신이겠지만 타임지 기사를 읽으면서 많은 부분 그녀의 생각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는 재벌과 언론의 방송사 소유문제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론 공영방송 유지에 찬성하지만 ‘민간 기업이 방송을 소유하면 반드시 보수적인 방송이 된다’라는 주장에는 꼭 공감할 수 없다. 미 대선 기간 중 극우적인 폭스 뉴스에 대항해 줄곧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MSNBC는 삼성은 비교도 안 되는 거대 재벌 GE소속이다. (물론 중도를 표방하는 CNN에 맞선 시청률 경쟁의 전략이긴 하다.)

지겨운 줄도 모르게 지속되는 이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전문 이론이 있겠지만, 기자는 얼마 전 만난 한 거문고 연주자의 말 “ 생명의 종류도 문화도 다양 할수록 좋다. 그래서 새만금 개발을 반대했다”라는 말에서 하나의 해답을 얻는다. 남을 인정할 줄 모르고 나만 옳다고 고집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그것이다.

한마디로 진정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한국사회의 엘리트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사회의 원칙은 다양함과 공존에 있는 데도 이들은 ‘적자생존’만이 유일한 원칙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진보라는 딱지가 붙었던 정부도 무참하게 천혜의 갯벌 새만금에 삽을 댔는데 70년대 개발 지상 시대 주역들에게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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