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봉사단체가 밥그릇 싸움이라니

2009-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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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가 밝으면서 한인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으기로 한 것은 듣기만 해도 너무 좋다. 뉴욕한인회는 각 지역 및 직능 단체들과 함께 새해 첫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인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최악의 불경기를 과감하게 이겨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 한인사회 권익신장과 위상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도 함께 결의했다. 새해가 되면 매년 있는 연례행사지만 이런 다짐은 갈수록 우리 사회에 절실한 상황이다.

한인사회가 넘어야 할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한인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및 향후 발전을 위해 상호신뢰와 화합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가정적으로나 단체 혹은 커뮤니티 차원에서 긴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가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데다 경제위기까지 몰아닥쳤고 한인사회 정치력 및 권익신장도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이나 단체가 구성원들 간에 신뢰와 화합은 물론, 상호 이해와 협조 속에 각자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지혜와 슬기를 가져야 한다. 본분을 넘은 월권이나 과욕은 각 가정이나 단체, 나아가서는 사회에 시행착오 또는 불협화음을 일으켜 커뮤니티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들리는 뉴욕한인회 산하 사회복지위원회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간의 내부갈등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이들 두 단체는 규모면에서 봉사를 명목으로 한인사회에서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는 기관이다. 어느 곳보다 우리 사회에 힘이 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 단체들의 불협화음은 듣기에도 너무 민망스럽다.

두 단체의 갈등은 지난해 7월 플러싱 페어몬트홀 아파트 가스폭발 사건과 관련,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사회복지위원회는 한인사회 대표단체로, 봉사센터는 봉사단체로서 양 기관이 당시 긴급 구호모금운동을 벌이고 나서 이 돈에 대한 관리를 어느 쪽에서 해야 하는 문제로 티격 태격 하는 모양이다. 이 일은 엄밀히 말해 서로 간에 해야 할 일과 아닌 일을 확실히 구분 못한데서, 아니면 대표기구로서 제 밥그릇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끌려 다님으로써 생겨난 불화라고 보여진다. 또 설사 그렇더라도 쌍방이 자신의 입장과 상황만을 주장하기보다 상호 협상이나 양보의 미덕을 살려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상황은 매우 유감이다. 마치 기득권 싸움이나 헤게모니 쟁탈전 같은 느낌을 받게 되어 보기가 매우 사납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밥그릇 싸움하고 야단인가. 사회복지위원회는 한인사회 대표기구로서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피해를 전담하고, 봉사센터는 봉사에 역점을 둔 일을 하고 하면 얼마든지 문제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박호성 위원장과 봉사센터의 김광석 회장은 하루 속히 머리를 맞대고 갈등의 불씨를 제거, 한인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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