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희망과 가능성의 사람과 우주

2009-01-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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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지구가 365 번을 돌아 기축년, 소의 해가 되었다. 지구는 하루 24시간이란 단위로 365 번을 뱅글뱅글 돌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태양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것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1년이란 시간의 단위다.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지나고 다시 새해가 됐다. 60년 전인 1949년에 소띠로 태어난 사람들은 올해 만 60이 되는 회갑이 된다. 세월이 화살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새해가 된지도 벌써 3일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지구는 세 번이나 더 돌았다. 지구가 이렇게 혼자 자전 하면서 태양을 돌고 있는 사이 태양도 돌고 있다. 다른 수천억의 별들과 함께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계의 중심을 돌고 있는 것이다. 지구와 태양이 돌고 있는 사이에 또 돌고 있는 하나가 있다. 지구를 돌고 있는 달이다.


돌고 도는 세상 안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생으로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맞는 우리네 인생들이다. 이러한 생의 삶은 직선적인 것 같으면서도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본다. 그 곡선이란 되풀이 되고 있는 시간의 반복이요 우주의 순환에서 찾을 수 있다. 너무나도 커다란 우주에서도 반복과 순환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별들의 죽음과 탄생이 그것이다. 언젠가는 태양이란 별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될 것이
다. 새로운 별과 또 다른 지구와 달이 태어나 지금과 같은 시간의 순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지구가 지금의 지구와 같다면 사람 또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사람의 몸속에서 흐르며 목숨을 부지해주고 있는 핏줄 안의 피도 순환을 계속한다. 피의 흐름과 순환이 멈추면 사람은 숨을 거두게 된다. 돌던 피가 돌지 않으면 몸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산 사람의 몸과 죽은 사람의 몸이 다름은 피의 흐름과 흐르지 않음이 다르기에 나타나는 몸의 부드러움과 굳어짐의 차이 뿐이다. 머리끝에서부터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퍼져 있는 핏줄 안의 피의 순환과 반복은 사람의 몸을 부드럽게 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만든다. 피 뿐만이 아니다. 핏줄과 핏줄 사이와 힘줄과 힘줄 사
이의 온 몸에 뻗어 있는 기의 순환도 사람의 생명을 살아가게 한다. 사람이 들이키고 있는 공기 안에는 우주의 기가 들어있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 우주와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일까 말까한 아주 미세한 신경세포 하나가 잘못돼도 사람은 잘못될 수가 있다. 작은 신경 하나가 끊어지면 감각도 끊어진다.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우주와 사람은 신비스러움으로 가득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작은 우주라고도 하는 사람의 생각과 혼과 마음 그리고 몸 안엔 우주가 담고 있는 모든 순환과 반복의 이치가 숨어 있다.
사람의 생각은 우주와 마주 닿아 있다. 생각의 파동은 저 먼 하늘에까지 이어지며 다시 돌아온다. 시시각각으로 변하여 바람과 비와 눈과 태풍과 훈풍을 몰아오는 하늘의 무상함은 우주의 공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과 몸속의 공간에서도 그와 같은 현상은 일어난다. 삼라만상과 사람은 그래서 하나가 된다.

사람은 생이란 존재로 태어나 사람 자신을 생각한다. 우주를 생각한다. 삼라만상의 돌아가는 반복과 순환의 이치를 생각해 본다. 크나 큰 우주 공간 속의 한 미미한 존재밖에 안 되는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온 우주를 마음에 품을 수 있다. 사람의 존재란 이렇게도 크고 무한하지만 한 사람 내의 반복과 순환은 부드러운 피의 흐름이 멈추는 그 순간 멈추어지게 된다. 한 사람 개인의 몸과 생각과 혼과 마음은 멈추어져도 멈추어지지 않는 순환은 있다. 사람의 집합체인 인류의 혼과 생각의 흐름이며 반복이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모두의 염원들이다. 물질과 행복을 나누어 고루고루 살아보려는 마음들의 집합은 희망을 쌓아간
다. 쌓여진 희망 속에 인류란 큰 배는 풍랑을 헤치며 푸른 언덕을 향해 나간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래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소망의 염원은 사람과 우주 모두의 희망이다. 우주가 태양을 잉태하고, 태양이 지구를 잉태하고, 지구가 사람을 잉태하여 만들어진 이 세상이다. 잉태는 그 자체로 기적이며 모든 소망을 안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구는 오늘도 돌아가며, 또 태양을 돌며 새 아침과 새 희망을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 땅의 돌아가는 웅장한 소리는 모든 가능성을 안고 새롭게 태어나는 신생아의 울음소리와도 같다. 사람과 우주는 하나로, 희망과 가능성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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