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08-12-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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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부장대우)

오늘은 2008년의 마지막 날. 힘들고 처절했던 2008년의 365일이 겨우 끝이 났다.

월가 금융위기를 전후로 터져 나온 온갖 어둡고 불안한 소식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가 너무 짓눌렸던 탓일까? 매년 이맘때면 듣게 되는 ‘다사다난했던~’이란 표현이 올해는 어쩐지 이것만으로는 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그렇게 지친 하루의 일상을 이어가면서 올해 자주 읊조리게 된 것 중에 하나가 단연 ‘되고 송’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한 광고에 등장한 후 네티즌들의 패러디 소재로 활용되면서 고단한 우리네 일상에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줬고 그만큼 마음의 위로도 됐던 노래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미남배우가 나지막이 부르는 ‘되고 송’의 원래 가사는 이렇다.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꽃미남 후배 점점 늘어나면 연기로 승부하면 되고, 스타라는게 외로워질 때면 옛날 친구 얼굴 보면 되고~’‘생각대로 하면 되고~♬’로 끝을 맺는 아주 단순명쾌한 가사로 구성돼 있다. 심지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먹으면 된다’고 한 일련의 발언들까지도 ‘되고 송’의 패러디 가사로 인용됐을 정도다.

그간 나온 수많은 패러디 가사들을 듣다보면 한편으론 ‘지나치게 편의를 좇아가는 것은 아닌가?’ ‘책임감과 적극성 없이 너무 될 대로 되라는 식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너무 복잡하고 엄청난 일들이 여기저기서 뻥뻥 터져서 머리가 지끈거렸던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가끔은 단순명료한 것들이 의외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자기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용기가 솟기도 한다.

2008년 한 해가 지치고 힘들었다면 이젠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보자. 올 한해 돈을 많이 못 벌었다면 내년엔 조금 덜 쓰면 되고, 나를 비웃거나 짜증나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고, 해도 해도 안되는 일이 있었다면 다시 또 하면 되고, 그래도 또 안되면 또 다시 하면 되고, 그래도 불공평한 이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2009년에는 내가 세상을 바꾸면 된다고.

올 한해 한껏 움츠렸던 어깨를 모두 펴고 2009년에는 ‘그래! 나라면 뭐라도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되고 송’을 부르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해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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