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는 정, 오는 정

2008-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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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정(뉴저지)

중부 뉴저지 메디칼 데이케어센터 안에 한인노인들을 돌보는 시설이 있다. 90대가 2명, 80대가 17명, 70대가 8명, 60대가 3명으로 기억이 지워지고 과거가 없어진 치매, 알츠하이머의 노인병 환자들과 지병인 성인병과 합병증으로 심신이 불편한 노인들이 도움받아 살고 있다.

봉사하는 사람들은 고용된 유급 전문가도 있지만 무보수 시간제 종사자들도 있고 시간에 상관 없이 시간이 있는대로 방문하여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다.어떤 이는 다리를 절단한 후 신장 투석(Diaeresis)하는 중환자의 위 아래 배설물을 씻고 닦아주며 속옷도 세탁해 주어 부부인 줄 알았다. 끝내 환자가 운명한 후에도 동기간처럼 장례하고 화장시켜 재를 한국의 가족에게 보낸 이가 있었다.


억대의 통장이나 재산을 기증한 빅 뉴스거리는 아니지만 얼마나 순수하고 순진한 인정인가? 어떤 이들은 새 가정이 교회 이름으로 매월 셋째 주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음식과 찬송을 준비하여 위로와 기도를 하고 자기 교회 예배에 맞춰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미용사는 1시간 운전하여 와서 모든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손질하여 단정하게 다듬어 주는 마음씨 고운 숨은 미담도 있다.

간이나 신장을 떼어주는 감동스런 말거리는 아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꽃같은 이야기인가? 어떤 이는 딸의 세탁소에서 일해 번 용돈으로 노인들의 털 실내화를 사 준 할머니도 있다.선량들의 자선을 모금통에서 세탁한 후 자화자찬 성적표를 달아 저 생색내는 비뚤어진 선심을 위장한 것과 달리 ‘작은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대접한’ 작은 믿음으로 살려는 순결한 뜻이 있는 것 아닐까? 얼마나 훈훈하고 살맛 나는 좋은 얘기들인가?

어떤 이는 호스피스 선교로 찾아와 무료하고 삭막하며 암담한 분위기를 찬양과 웃음으로 녹여주는 일을 주간마다 두번씩 하는 이도 있다. 표창이나 훈장, 포상 수준의 특종 기사감은 물론 아니지만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줌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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