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자 2.75%!
2008-12-27 (토)
곽동현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주로 등장한 단어들을 한 번씩 돌아보면 구제 금융, 금융 쓰나미, 피의 일요일, 파산, 신용 경색,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월가 쇼크, 금융 시장 악몽, 패닉, 위기, 바닥, 폭락, 법정관리 등 참 끔찍한 용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상에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연말을 앞두고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나스닥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 사기 사건으로 월가는 지금 올해의 대미를 또 한 번 먹칠로 장식하고 있다.
메이도프 사기 사건의 본말은 일전에 본국에서 발생한 강남의 어느 계주가 고위층을 상대로 계를 만들어 수십억을 떼먹고 잠적했다는 사건과 아주 흡사하다. 다른 점은 사기 규모와 사기를 당한 고객층이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유수 금융기관장들은 물론이고 국제올림픽위원, 할리웃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이번 사기 행각에 걸려있었다.
사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단계 금융 사기인데 쉽게 말해 돌려막기 방법이다. 투자금을 모으고 의심하지 않게 8~10% 수익을 보장해주고 투자금의 약 8% 정도씩 해마다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해주는 방식이다. 즉 10만달러 투자를 하면 해마다 8,000달러 정도 수익금을 받게 되는
데 이렇게 지불되는 수익금은 계속 투자자를 모아서 그 투자금으로 지불해준 것이다. 수 십년간 용케 숨겨왔던 이 돌려막기가 이번 금융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최근 금융위기로 갑자기 투자자들이 유동성 위기를 직면하자 70억달러에 달하는 원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이 들통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메이도프의 경쟁 회사들의 펀드 운용자들은 자회사와 투자자들로부터 ‘왜 메이도프처럼 안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가’라고 수 년 동안 질책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하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아마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대략 500억 정도 추산된다고 한다. 지금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빅3를 구제하기 위해 174억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비교하면 대충 그 사기 규모가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급기야 이번 사건으로 거액을 날린 프랑스계 자산운용회사인 엑세스 인터내셔널의 창업자이며 펀드매니저인 르네-티에리 마곤 드 라 비유우세가 지난 23일 맨하탄 자신의 집무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참 끔직한 현실이다. 돈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 탐욕의 끝은 어디에 있는지, 저물어 가는 한해를 암울하게 하는 사건이다.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주택 모기지 시장에 여러 반가운 소식이 있다. 먼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지난주 기존 1%이던 기준 금리를 0~0.25%로 파격적으로 내렸다.
이것은 작년 8월 기준 5.25%이던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춘 셈인데 이번에 0~0.25%로 기준 금리가 낮아진 것은 ‘긴급경제안정법’에 따라 연준이 가맹 은행들의 지불 준비금을 초과로 예치했을 경우 현재 0.25% 이자를 가맹 은행에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0.25% 이자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주택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것은 홈에퀴티 이자인데 프라임 이자가 3.25%로 내렸다. 아마 홈에퀴티를 갖고 있는 모든 독자들은 조만간 내린 이자로 Bill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로 홈에퀴티는 연준위가 발표하는 기준금리에 3%를 더한 프라임 이자(Prime Rate)
로 움직인다. 필자의 은행 경우 홈에퀴티 융자 이자가 이번 기준 금리인하로 주택 감정가의 80%까지 융자금액이 5만달러 이상이 될 경우 고작 2.75%(Prime - 0.5%)에 불과하다.
2.75%이자는 왠지 예전 옵션ARM의 미니멈 페이먼트 이자를 연상하게 되는데 아무튼 엄청나게 싼 이자이다. 작년 8월의 경우는 프라임 이자가 8.25%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프라임 이자는 무려 6%나 내린 것이니 10만달러 융자를 받았다고 하면 이자가 고작 229달러로 작년의 687달러에 비해 458달러 내린 것이 된다.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실질 대출 금리를 낮추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기지 이자에 약간만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 주택 모기지 이자에 곧바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실질 대출 금리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움직이는데 그 기준은 만기 국채 수익률(Risk -Free Rate)을 기준으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 붙고 여기에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이 추가로 더해져 실질 금리가 산출된다.
현재 미 국채 만기 수익률은 가장 낮게 형성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가 2% 초반에 머물러 있고 4주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이번 주에 아예 0.00%이다. 이것은 금융기관들이 너무 불안한 금융 시장을 빗겨가기 위해 수익률이 없더라도 그냥 안전자산으로 일단 옮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기지 이자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또한 실질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연준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기 위해 국채를 대거 매입하고 있으며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 증권을 무려 6,000억달러나 덜어 직접 매입하므로 시장의 유동성을 완화시켜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춰 모기지 이자를 내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8일 CNN보도에 따르면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가 7주째 내려가고 있으며 37년 만에 가장 낮은 이자인 5.19%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분명 내년 주택경기를 밝혀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이제 주택 경기를 회복시켜줄 한 가지 남은 것은 다름 아닌 모기지 융자 가이드라인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올 한 해 동안 끊임없이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주택 매매의 맥을 막고 있는 높은 융자 가이드라인을 낮추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얼마 남지 않은 새해만큼이나 그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올 한 해 동안 필자의 모기지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더 알찬 내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