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온정의 손길을...

2008-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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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취재1부 기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얼마 전 송년기획 시리즈 기사를 쓰기 위해 자금난이 가장 심하다는 한 여성봉사단체를 찾았다. 정부지원금은 물론 독지가 기부금도 끊긴지 오래라는 이 단체의 지하 사무실에선 추운 날이라 옷을 겹겹이 껴입고 갔는데도 오랫동안 난방이 되지 않아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 혼자만 영향 받는 일이었다면 벌써 정리했을 겁니다.”라는 이 단체의 관계자 말에 그저 기운 내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수년째 불경기가 이어져 오면서 적자운영을 거듭하고 있는 곳은 이 단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규모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프로그램을 줄이고 풀타임 직원을 파트타임으로 돌리며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이다.


이 단체를 방문하고 얼마 뒤, 추가 취재를 위해 장애아동 단체인 코코의 전선덕 대표에 전화를 걸어 자금사정에 대해 물었다. 오픈하고 단 한 번도 적자를 모면한 적이 없었다는 전 대표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아이들 입고 먹는 비용을 줄일 수 없어 사비를 들여 적자액을 매우고 있다”고 말했다. 맨하탄 형사법원내 구내식당 운영 수익금으로 벌써 9년째 코코 운영금의 60%를 지원하고 있는 그는 “불황으로 식당 운영수익금이 많이 줄어든 데다 독지가 기부금도 예년의 1/3로 줄어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며 “가끔 힘에 부쳐 정리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면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많은 단체들이 적자운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한인 단체들이 시 정부 지원금 보다는 독지가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황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바로 한인 복지기관들인 것이다. 만약 운영난을 견디다 못해 이들 복지기관이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를 찾아간단 말인가. 타 민족 커뮤니티만큼 많은 수의 복지기관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 기관마저 없어진다면 한인사회의 큰 손실이 될 것이다.

한인사회 복지프로그램의 발전과 성장에 밑거름이 될 이들 기관이 버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조금씩 보태는 자세가 더 없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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