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베푸는 한인사회를...

2008-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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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1부 기자)

끝이 안 보이는 불황으로 시절이 하 수상하다보니 한인관련 범죄 및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11월말께부터 뉴저지 잉글우드 클립스, 잉글우드, 레오니아 등 한인 밀집지역에서 거의 매주 한인소유 가게 및 주택 절도가 경찰에 집중적으로 신고 됐다. 가정집의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뷰티서플라이점과 보석점의 금품까지 그 규모와 종류도 다양하다.

성병삼 뉴저지한인뷰티서플라이 협회장은 지난 7일 “예전에는 협회에 1년에 2건 정도의 강도 및 절도 사건이 접수된데 반해 올 들어서는 1년에 10건 정도로 사건소식이 들리는 등 업계전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경제적 부담으로 보험 및 알람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미흡해지다보니 사고 예방은 차치하고라도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 한인들은 호소할 곳도, 그럴만한 기운도 없어 보인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들이 속속 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팰팍에 거주하는 10대 한인여고생이 사귀던 20대 한인남자친구에게서 11월 초 성폭행을 당했다. 여고생의 지인에 따르면 남자의 친구들도 당시 함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성폭행 가담여부는 확인 되지 않고 있지만 제대로 걷기조차 못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여학생은 자신의 불안정한 신분을 의식해 신고도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한국에서 관광비자로 온 50대 아주머니가 뉴저지지국을 찾아와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했다. 산모 도우미 일을 봐주던 집의 30대 아기아빠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세탁과 관련해 산모와 가벼운 언쟁이 있던 중 산모의 남편이 욕을 하며 달려들어 아주머니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고 한다. 억울하고 분한 심정에 신고를 하고 싶지만 합법적인 노동자가 아니기에 재입국에 문제가 생길까봐 신고도 못하겠다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래저래 어려운 시기다.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향하나보다. 그러다보니 될 때로 돼라 식으로 윤리 도덕의식을 스스로 놓아버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도 빠듯하다지만 이럴 때일수록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피해 한인들을 위로하고 도움과 관심을 베푸는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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