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희망의 종소리

2008-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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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종소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 하면 밀레의 그림 ‘만종’을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의 종소리는 추수 후에 들려오는 일종의 마감의 종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구든 하루 일과가 끝나면 하루를 마감하는 종소리가 있을 것이고, 한 달이 지나면 한 달을 마친 종소리, 일 년이 지나면 일 년을 끝낸 종소리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때건 마감 뒤에 들리는 종소리는 항상 아련하고 무엇인가 허전하고 왠지 텅 비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올 한 해도 벌써 다 지나갔다. 일 년이 다 지난 지금, 우리에게 들려오는 종소리 안에는 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그런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며 일 년을 지나왔을까, 일 년 동안 애써 일궈 놓은 결실이 나를 얼마나 풍요롭게 했을까. 생각하면 무엇인가 허전하고 텅 빈 그런 생각을 누구든 가질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꿈과 의지, 그리고 계획, 용기를 갖곤 한다. 이것은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이 큰 힘이 되는 요소다. 그러므로 혹자는 허전해 하거나 비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였다.


오늘의 시간은 내일의 시간과 직선으로 연결된다.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구부러져 가는 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직선의 생활을 이어가려고 애를 쓴다. 실패한 사람이거나, 성공한 사람이거나, 덜 거둔 사람이나 많이 거둔 사람이나 삶이란 항상 공평한 것이다.밀레의 만종이 들려주는 종소리의 한 부분은 머리를 숙인다. 그 까닭은 많이 거뒀거나 덜 거뒀거나 감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종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우리가 선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눔이 있어야 되고 비움이 있어야 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배려도 있어야 된다.

살면서 이 세 가지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평화를 온전히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종소리란 하나의 종에서 울려 나오는 것이지만 일단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종소리는 산산이 부서져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 나간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종소리는 하나의 소리가 되겠지만 들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수천, 수 만 갈래의 뜻이 담긴 종소리로 들려온다. 그것이 바로 희망의 종소리가 아닐까.올해는 특히 경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가정경제를 우려하고 다가올 경제가 어떻
게 될 것인가 근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지금 세계경제는 앞날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 나라를 믿고 살아야 한다.

미국의 경제는 결코 허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짧은 역사 안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의 경제공황을 겪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 이 나라가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제일의 강국이 되었을까? 그것은 경제공황의 대 환란 속에서도 국가를 믿는 국민의 힘 때문에 미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우려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지금의 상황이 현대에 와서 또 한 차례의 우려는 되지만 자동차는 계속 구르고 공장의 기계에서도 여전히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고비
가 미국경제의 재편성을 위한 하나의 도약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경제의 종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기쁨의 종소리로 반드시 들릴 것이다. 그 때는 밀레의 만종에서 보는 것과 같이 우리는 또 이 나라에 감사를 표하며 목례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지금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다 시스템을 새롭게 편성해 나아지려고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잘못된 것을 다시 바로 잡으려면 당연히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재편성이 되면 재도약의 든든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고 예전처럼 다시 풍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신념을 가지고 우리는 새 정부가 하는 모든 계획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잔치가 있기 전에는 반드시 잔치만큼의 노고가 따르게 마련이고 이 노고는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내일에 있을 잔치 때문이 아니겠는가? 잔치의 즐거움도 나누는 즐거움이다. 어려움도 나누는 어려움이 되어 굳게 손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 고개는 언제까지나 가파른 경사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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