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라가 온통 도둑으로

2008-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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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쌀 직불금을 도둑질한 공무원 수가 한 명이 모자라는 28만 명으로 밝혀졌다.2007년 말 집계로 지방 공무원까지 포함, 전국 공무원이 총 93만 3663명이니 나라 살림을 맡은 일꾼 네 명 중 한 명이 도둑인 셈이다. 이러니 한국이 ‘부패 공화국’소리를 안 들을 수가 없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한국 공무원은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부패 문제로 인한 기업 활동 저해 정도에 대해선 이들 외국인 응답자의 5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문제의 심각성은 공무원뿐 만이 아니란 얘기다. 공기업 임직원,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사회전반에 걸쳐 소위 지도층 인사들 까지 온통 도둑으로 들끓는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속속 드러나는 비리와 사회의 부패를 개탄하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데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참회를 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슬프다. 이런 때 교계를 비롯해 촛불시위도, 참여연대도 조용하기만 하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구속되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액수만도 수 십 억 원을 뇌물로 주고받으면서 농협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어느 정권도 조용한 때가 없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를 다 열거할 수 없지만, 대통령들의 동생, 처삼촌, 사돈, 아들 까지 줄줄이 구속되고 형기를 마치고 난 후 그들의 행보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당사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그들의 아버지라는 전직 대통령들의 태도가 더 가관이다. 이런 자들이 공직에 다시 기용되고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도록 진출을 돕고 의정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의 풍토이니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사준 집터인 봉하마을에 사저를 짓고 살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방문객들을 향해 덕담을 던지며 비시시 웃던 희한한 얼굴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이 사건이 불거져 검찰의 수사가 전개될 초기만 해도 “상황이 너무 잔인해서…”라며 어정쩡한 표정으로 얼버무리던 모습까지 떠오른다. 그의 측근 여러 명이 이 사건을 공모한 것이 밝혀졌고 따라서 벌어진 가공할 사태에 대해 “동생된 도리로 대국민 사과 어려워”라고 하였다니 참으로 가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형님 동생의 도리도 있다”면서 한 말이다. ‘형님 동생의 도리’만 찾고 ‘국민과의 도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 집권을 한 불행한 국가 중에 하나다. 오늘의 모든 사태도 따지고 보면, 1980년도부터 약 30년간을 계속 이어지는 전직 대통령들의 무능과 비리 등 실정의 연속에다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국가 전체가 썩을 대로 썩은 결과임을 전 국민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외세로 부터 침탈당하는 걸 막기 위한 방비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라 안 대도(大盜)들의 도둑질 예방책 부터 마련하고 부정부패를 근절, 엄단 조치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알아야 된다. 이를 아는 대통령이 앞으로 선출되어 국가를 통치해야 나라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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