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중의 메시지

2008-12-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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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뉴욕가정상담소 방과후학교 디렉터)

필자는 여러 종류의 아이들 상담을 받는다. 아동 상담에는 부모와의 상담도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지기 때문에 부모들과도 적지않은 대화를 하곤 한다. 그런데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심심찮게 발견하게 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이중적
인 메시지다.

때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이 이중적인 메시지가 해결되지 않아서 아이의 이슈(issue)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음의 실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모의 이중적인 메시지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제임스(가명)는 6세의 남자아이다. 제임스는 학교에서 오래 전부터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서 필자와 만나게 된 경우이다. 처음 어머니와 인터뷰에서
필자는 어머니가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설명하면서 어느 정도는 아이의 폭력적인 행동을 자랑(?)스러워하는 혹은 흐뭇해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어느 정도는 그렇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런 경우가 바로 부모가 아이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가장 흔한 경우이다. 속된 말로 내 자식이 때리는 건 썩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부모도 자기 자식이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 좋지 않은 말을 듣는데 계속 하라고 하겠는가? 특히 미국처럼 신체적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회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그 그 어머니에게도 언급하고 이 글을 통해서도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부모의 생각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인간은 믿는대로 행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비록 아이의 특정 행동에 대해서는 옳은 ‘정답’만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게 ‘정답’을 얘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는 다른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우연히 드라마 등을 보면서 폭력적인 장면에서 무심고 부모의 본래 생각을 말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부모의 이러한 이중적인 메시지를 들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당연히 자신의 부모가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알게 되고,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맞추어 행동을 하게 되거나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를 모르는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혹자는 필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억지고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생각이 깊지 않다고 주장할지
도 모른다. 맞다.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이중적인 메시지는 마치 향기처럼,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더 두렵고 그 파워가 대단한 것이다.

사실 부모의 경우도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도 그들의 삶이 그랬고, 그들의 부모가 그랬고, 그들이 살던 사회가 그랬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나 문화에 의해 형성된 것들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성인으로서, 또 한 아이의 부모로서 그것이 부적절한 믿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의식적으로라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제임스의 부모처럼 아이에게 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부모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며 노력하는 것처럼 부모는 부모로써, 아이의 건강한 삶을 위해 때로는 자신이 편안하게 안주해 있던 곳을 박차고 나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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