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역사교육을 보는 지혜

2008-12-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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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목사)

최근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어떤 역사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교사들의 배경이 되는 전교조나 전 정권을 따르던 조직의 이해가 얽혀있어 한 번은 겪어야 할 소란스러운 일이다.지난 날 문민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라면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직접 계승한다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시하여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뒤를 이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전교조 조직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아닌 것은 모두 배제하거나 약화시켰다. 심지어 국사 과목을 없애고 사회 과목에 편입시켰다.

그 산물이 오늘의 한국 근,현대사(금성출판사 간)와 몇 종의 역사 교과서이다. 내용인 즉 한국전쟁(6.25전쟁)을 통일을 위한 내전으로 전제하면서 6.25는 북침이라고 유도하는 모순을 보인다.한국전쟁은 당시 스탈린의 전략으로 세계 2차대전 승전 후에 해이해진 미국의 군사력을 한반도에서 소모시키고 유럽 전체를 순식간에 적화하려던 전초전이다. 이런 전쟁에 전위대로 나선 북한 정권의 도발을 국내전으로 호도하고 위상을 높여주는 것은 역사 인식도, 교육도 아니다.중국의 동북공정(고구려가 중국의 변방이라는 주장)에는 묵묵부답이었던 참여정부는 14개의 ‘과거사 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해의 예산을 2,500억원을 쓰면서 친일인사 명단을 책자
로 발행했다. 그 명단에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씨와 한국의 근대문학을 연 이광수씨 외 여러 애국인사를 포함시켰다.


사람의 동기를 전 생애를 통하여 읽지 못하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공시하는 것은 국가의 신뢰를 저버리는 비도덕적인 일이다. 인간의 삶 속에는 본의 아니게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는 때가 있다. 역학적인 기계론의 법칙으로만 인간을 보는 것은 유물사관에서나 가능한 가혹한 일이다.역사 교육은 유기적인 가운데 선진이 성취한 업적의 고마움을 알게 하고 후진의 힘을 키우는데 있다. 잘못된 부분을 들추느라 고마움을 포기하는 것은 병리적인 자학이 아니라면 나라를 주변국에 흡수시키기 위한 식민사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3.1운동 이후 중등학교 역사 교과서(1923년)를 저술한 황의돈(黃義敦)은 식민사관의 원류로서 “조선 왕국은 창건 초기부터 당파싸움으로 나라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선왕국이 주변 강대국의 수없는 침략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에 유래 없이 500년을 이어온 것에 대해서는 질문도, 대답도 없다. 나라를 위해 이름 없이 몸을 던진 선비들, 군사들, 농민들을 식민사관에 잠식시키는 것은 조국에 대한 배신이고 잠든 애국영혼에 대한 모독이다.

지난 10년의 한국 역사 교육은 마르크스 사관에 따른 북한 사회주의에 편향된 것이었음을 인정하는 이성적 용단이 필요하다. 근대 철학의 관념론을 확립한 헤겔(Hegel)은 이성개념으로 현실과 역사를 ‘정신’이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그의 후학인 젊은 실존철학도로부터 역사는 ‘말’이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에 헤겔은 임종 앞에서 “역사는 말이다”라고 수정하는 용단을 내렸다. 평생을 이성으로 살고 근대 역사와 함께 자신을 끝낸, 진정한 책임을 지는 그의 지성을 본다.오늘의 우리에게 한국 현대사를 연 이기백씨는 “한국의 역사는 자유의 확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난의 한국사와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새로움을 창출하는 자유의 힘을 읽은 역사가이다. 이러한 고마운 뜻을 한국역사에 부여할 때에 진정한 한국 근,현대사가 되는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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