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픈 칼럼

2008-12-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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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어제 한 신문 칼럼을 읽었다. 차차 콧등이 찡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큰 신문의 간부가 쓴 글이니 내용을 믿어도 좋을게다. 기자가 만난 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이며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와 네 식구가 정부보조금 33만원(3백 달러)으로 살아가는데 학교 급식이 하루의 유일한 끼니였다고 한다. 이 소년과 같은 결식아동수가 남한에 40만 7천 명이며 해마다 4만-6만 명씩 늘어간다는 것이다.

경제순위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내일의 주인공이라는 아이들을 이렇게 굶길 수가 있을까? 부(富)의 분배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그 소년에게 기자가 “너의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없어요.”하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희망, 아이, 내일, 이 세 마디보다 더 아름다운 말은 없다.”고 하였다. 킹 목사도 흑인들에게 온갖 악조건이 겹쳐 있는 시대에 “나는 꿈을 갖는다.”고 희망을 구가(謳歌)하지 않았는가!

지난 11월 18일은 뜻 깊은 날이었다. 디즈니의 만화 캐릭터 미키 마우스 탄생 80주년이고, 가이아나에서 짐 존즈가 이끄는 광신(狂信)도들 900명이 집단자살한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키 마우스를 혹평한 것은 폭군 히틀러뿐일 것이다. 그는 “쥐는 더러운 짐승인데 아이들에게 보여주
다니 최고로 비참한 아이디어이다.”고 악평하였다. 그러나 미키 마우스는 8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인기이다. 이 귀여운 생쥐는 세계를 누비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도 웃음과 행복을 준다. 짐 존즈는 절망의 사자였고 미키 마우스는 희망의 사자이다. 전자는 세상을 어둡게 하였고 후자는
세상을 밝게 하였다.


미키 마우스의 창안자인 월트 디즈니 씨는 젊어서 몹시 고생하였다. 한 번은 직업을 찾아다니다가 어느 농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헛간에 누웠는데 생쥐 한 마리가 나와 뛰어다닌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 미키 마우스 캐릭터가 떠오른 것이다. 고생스런 생활 속에서도 명랑한 쥐를 생각한 것은 역시 그의 마음은 시들지 않고 희망에 차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플로리다 대학의 찰즈 카버 교수는 기쁨이 없는 사람의 원인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불가능한 표준에 도달하려고 버둥거리는 사람. 둘째 실패의 경험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 셋째 실패의 경험을 너무 일반화 하는 사람. “누구나 겪는 건데 나라고 안 당할 수 있나!” 하고 안이하게 흘려보내는 태도이다. 긍정적 태도란 결코 안이한 무사태평주의가 아니다.

현실과 미래를 밝게 보면서도 지금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태도이다.
한국인이 자주 쓰는 말에 “그까짓 것!”이 있다. 이 말은 체념을 잘 하는 습관을 나타낸다. 체념은 망각도 아니고 인내와 같은 미덕도 아니다. 현실도피이고 비겁한 후퇴이다. 그것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본 결과이다. 마르크스가 기독교 신앙을 일종의 체념(운명론)으로 보고 인민의 아편
이라고 공격했지만 물론 기독교를 잘못 본 것이다. 이 교수는 성경을 연구하고 “결국 예수의 교훈은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한 마디이다.”고 문학자다운 재치 있는 평을 내렸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는 아주 긍정적이고 그의 설교는 모두가 희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가정의 벽장식에서 흔히 보는 시가 있다. “한 감방에 갇힌 죄수 두 사람/ 한 사람은 창밖의 흙탕길을 보고/ 다른 사람은 눈을 들어 별을 보았다네.” 보는 눈, 보는 마음의 문제이다. 같은 창문을 통한 관점이지만 흙탕길을 보는 시각과 별을 보는 자세와는 천지의 차이가 있다. 정신의학자 칼 메닝거 박사는 “태도가 사실을 결정한다.”고 대담하게 선언하였다. 행복한 사실이든 불행한 결과이든 그 사실이 생기기 전에 이미 나의 태도가 그런 결과를 결정짓고 있었다는 뜻이다.

론던 동물원이 인도에서 보조라는 이름의 거대한 코끼리를 구입했다. 이 코끼리는 차차 행동이 거칠어지더니 드디어 어느 날 구경하던 아이 하나를 밀어 죽였다. 많은 돈을 준 동물이지만 동물원측은 보조를 사살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슬픈 소식을 들은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코끼리를 얼마동안 자기에게 맡겨줄 수가 없느냐고 부탁하였다. 그는 날마다 코끼리에게 가서 무엇인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며칠 후 코끼리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 사람을 등에 태우기도 하고 잘 놀았다. “보조는 인도에서 자랐습니다. 고독해서 화가 난 것입니다. 내가 인도말로 예기를 해주니까 기분이 풀린 거죠.” 겁을 먹으면 무섭고 오해하면 죽일 수도 있다. 마음을 태양 쪽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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