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時)와 공(空)

2008-12-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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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홈아트 갤러리)

시간이란 무엇인가?
실체가 없고 전능한 비밀, 공간과 운동 속에서 물체의 존재에 얽히고 설키어 있는 어떤 움직임. 만약 움직임이 없다면 시간은 존재할까? 아니면 시간이 없다면 움직임은 존재할까? 질문만 맴돌 뿐 알 수 없는 그것은 흘러간다.왜 규칙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가? 그것을 멈출 수는 없을까? 질문의 핵심은 시간의 본질을 알고 싶은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재는가 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간을 재는 것은 쉽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것을 24등분 한 것이 1시간이다. 그것을 다시 60등분 한 것이 1분,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은 약 (24X365)시간이다.

시간을 재는 기계도 많이 발달하였다.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이용한 물시계, 전자가 규칙적으로 이리 저리 왔다 갔다하는 것을 이용한 전자시계, 뮤온(muon)입자의 수명이 200만분의 1초인 것을 이용한 시계는 오차범위 100만년에 1초밖에 되지 않는 정확도가 높은 시계도 만들었다.그러나 시계가 움직이는 시간과 느낌의 감각 시간은 다르다.공간 또한 시간처럼 신비스러운 비밀이다. 공간에서는 3차원으로 움직일 수 있다. 상하, 좌우, 그리고 앞뒤, 그러나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물 속에서 물고기는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우리들도 공간이 있기에 숨을 쉬고 살아간다.우주공간도 미세한 원자 입자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에너지(energy)도 얻지 못한다. 에너지는 운동에서 나오는 힘이기 때문이다.힘 자랑하는 달리기 경주에서 100미터에 1초를 다투던 경기가 지금은 0.1초를 다투는 경기로 변하였다.

아침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삐 뛰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똑같은 신호등인데 아침 출근길 신호등은 왜 느리게 움직이는가.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괴로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아이들이 느끼는 세월은 느리고 늙은이가 느끼는 세월은 빠르다. 처음 찾아가는 길은 멀어 보이고 매일 그 길을 다니다 보면 가까워 보인다. 왜 그런가?젊은이들은 모든 것들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두려움 속에서 모험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며
늙은이는 매년 해 보았던 경험이기에 새로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가고 싶으나 세월은 나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가속이 붙는다.

젊은이들이 맞이하는 새해는 마치 새 세상을 맞이하는 듯 기분이 들떠 있다. 그러나 늙은이는 또 한 살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달력이 마지막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연말이다. 매년 그랬듯이 다시 한 번 과거를 뒤돌아 보며 앞으로 뛸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앞 뒤만 볼 것이 아니라 좌우, 상하를 다시 한 번검증해야 할 것 같다.
전세계는 지금 혼란 속에서 내가 살기 위해선 뺏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 논리로 되어 있다. 이 상식적인 논리가 지닌 함정에 빠져들면서 우리는 몹시 당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 역사 또한 오직 남으로부터 빼앗기만 하는데 대단히 익숙해지도록 전개되어 왔다.

현대문명이라는 것도 자연으로부터 일반적으로 빼앗으려고만 하는데서 자원 고갈, 공해, 환경 파괴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인간 사이에서도 빼앗아 먹기만 하는 사회관계가 사회 계층간의 대립과 민족, 국가의 분쟁으로 나타난다.종교인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직접 빼앗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받아 먹기만의 습성 속에서 오늘의 종교의 맹점과 헛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타성에 의해 받은 것을 일부 떼어주는 식의 베품으로는 결코 사회의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사랑이란 베풀고 주며, 스스로를 바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본다.사람들은 세상을 너무 많이 아는 것 같으나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 물고기가 물을 모르는 것처럼. 시(時)와 공(空)에 살면서 시간이 무엇인지 공간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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