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온정 베푸는 세밑

2008-11-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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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1부 부장대우)

한 해를 넘기는 무렵이 되면 괜히 바빠지기 마련이다. 올해도 한해를 시작한다고 호들갑 떨며 마음가짐을 추스렸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또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움만 가득 찬다.

개인적으로 올해 나름 많은 계획을 갖고 긴장과 기대를 부풀렸던 연초 마음가짐을 돌이켜 보면 착잡하기도 하다. 하여튼 세모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요즘 잊고 지냈던 지인들과 한번이라도 소식을 주고받거나 그동안 벌려만 놓았던 일만이라도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직장에서 또 친목모임에서 가까웠던 친구, 지인들과 만나는 일을 챙기고, 만나서는 또 한해를 보낸다며 덧없는 세월을 탄식한다. 이런 게 우리네 소시민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피부로 느끼는 썰렁함이 더한 분위기다. 1930년대 대공황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금융위기가 엄습,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주변은 어느 때보다 황량할 따름이다. 경기가 과연 언제 회복될 수 있을 지, 세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의 터널로 들어선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 자신만 챙기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를 한번 쯤 생각해보자.


본보는 이 같은 취지에서 이달 중순부터 연말 기획특집으로 ‘이웃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사회전반에 걸쳐 기부가 줄고 있다지만 그래도 정성과 사랑으로 뭉쳐진 온정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인사들이나 단체들의 자선 활동 기사를 그들만의 얘기로만 치부해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그저 소모적으로 치르는 송년모임을 양로원이나 고아원 방문으로 대신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선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냥 지나치고 마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에 동전이라도 하나 넣어보는 일도 있다. 평소 해보지 않은 일이라 왠지 쑥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기쁨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보람 있는 일이다. 금년에는 세밑 한 자락에 이웃돕기 성금함을 채우는 일에라도 동참하고 넘어간다면 그래도 아쉬움을 줄이며 새해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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