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의 이유

2008-11-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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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회계사)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그래서 감사의 계절이다.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이루고 받은 모든 것을 감사한다.겨울이 오기 전, 항상 수확의 계절이 있다. 그 수확으로 인해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정해진다. 감사함이 많은 이들은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 감사함이 없는 겨울은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감사의 대상 조차 없는 겨울은 추위 뿐 아니라 빛 조차도 사라진 겨울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이유를 생각한다.

풍요 속에 감사가 없으면 그것은 더 이상 풍요가 아니다. 누군가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눈 이들에게 감사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받은 것들에 대해 감사한다. 그 감사는 사랑과 나눔을 온전하게 함도 느낀다. 가난을 풍요로 만드는 것도 감사다.감사함이 귀한 이유는 무엇인가. 감사는 나의 공로 없이 무엇인가가 나에게 이루어졌을 때, 혹은 그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감사한다. 그리고 그 감사함은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감사함을 절기로 만든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380여년 전 영국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땅을 찾은 청교도들로 인한 것이다. 그들은 도착한 인원의 2/3가 죽고 추위와 배고픔 속에 있었지만 그 속에서 주어진 것들에 감사했다.


감사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들을 살아남게 해 주어서일까? 거친 땅에 농작물이 열리게 해 주셔서 그를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일까? 물론 그에 대한 감사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에는 근원적인 감사가 있었다. 그 감사가 그들에게 바다를 건널 힘을 주었고 메마른 땅을 일구어 옥토를 만들 힘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감사함이 그들의 삶 속을 언제나 뚫고 지나가고 있었기에 부모, 자식, 친구, 이웃들의 죽음과 그들의 땀과 노력, 생명을 수없이 앗아간 시간 속에서 눈물의 감사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해야 할 조건이 아닐까? 감사할 수 없는 이들은 감사의 조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이미 모든 감사를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고통이 모든 감사를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바닥에 감사가 존재하지 않는 삶이 있을까?고통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 그로 인해 힘을 얻고 인생의 목적과 방향을 얻고, 또 다시 그 길을 꾸준히 달려가게 한다. 감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사함으로 우리가 인생길을 힘있게 달려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감사할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신은 우리에게 감사함으로 그 궁정에 들어오라 한다. 우리가 감사함이 있을 때 결국은 인생의 계속되는 고통의 길에서도, 마지막 종착지에서도 평강 속에 온전하고 완전한 행복을 느끼며 그의 궁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나누는 것을 서로에 감사하고 그 이전에 우리의 삶이 영원히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한 창조자의 사랑에 감사할 때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결코 꺼지지 않는 감사의 불길을 지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사랑에 빚진 자로서의 감사함으로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갖게 하고, 그 감사함으로 인생의 순간 순간을 행복 속에 달려가게 하고 또한 그가 그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준 사랑에 모든 감사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추수감사절을 맞아 우리 인생의 추수를 생각한다. 그 마지막 날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인생 저 너머에 있는 궁정에도 기쁨으로 들어갈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세상 삶을 살게 하고 수많은 이들을 만나서 사랑하게 하고 또 그 삶 속에서 감사함으로 그 길을 달려올 수 있게 하고, 또 그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 창조자에게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감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사를 포함한 감사가 될 것이고 보잘 것 없이 지나온 인생길을 무엇보다도 귀한 영원히 빛나는 것으로 만들어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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