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들의 시련, 그들의 영광

2008-11-24 (월)
크게 작게
나정길(수필가)

내가 이민 온 초기에 뉴저지주 어빙톤에 위치한 한인이 경영하는 창고에서 1년여 동안 일을 했다. 잭슨하잇츠의 집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여 7번 전철을 타고 74가 역에서 E 전철로 바꿔 타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하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뉴왁으로 가는 PATH 전철을 바꿔 타고 뉴왁의 30가 역에서 어빙톤으로 가는 버스를 바꿔 타는 2시간이 넘는 먼 출근길을 참아내야 했다.

어빙톤으로 가는 버스 안은 아프리카의 한 가운데 있는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들의 독특한 냄새는 같은 자리에 앉기 싫을 정도였다.당시 나의 눈에 비추인 그들은 전철 안에서 길게 누워 가고 전철 승강장에 오줌을 누고 길에서 마약을 팔고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인상으로 남았다.그들은 왜 가난하고 어렵게 살까.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와 사회의 틀 속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그래서 가난하고 가난한 탓으로 자기 개발을 못하는 악순환 속에서 살아온 것 아닐까.


그들의 조상이 이 땅에서 노예로 시작했고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닦아온 길을 우리 아시안 이민자들은 너무 쉽게 걸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그들이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들을 보다 더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흑인 아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골목길까지 함께 해 주는 친절함을 보였고 검은 아이에게 캔디를 주었더니 ‘쌩큐유” 하라고 가르치는 엄마인 듯한 흑인 아줌마의 환한 미소에서 인간미를 느끼게 되었다.
학자들은 흑인 노예 무역이 시작된 것을 1530년경으로 보고 있다.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포르투갈, 스페인과 영국은 자국의 부를 위하여 북미와 남미에 1,465만명을 끌어온 것으로 공식 집계되었고, 열악한 선실에서 죽어간 자들을 포함하여 무려 6,000만명으로 추산한다.(박은봉의 세계사 인용)미국의 흑인들은 1865년 남북전쟁 종결로 해방을 맞을 때까지 긴 고난의 역사를 참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가난과 차별대우라는 인고의 세월은 계속되었다. 인권법이 제정되고 정치에 그들이 참여하게 된 근세에 와서 그들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아프리카 케냐의 한 유학생이 하와이의 한 백인여성에게 남겨놓은 사랑의 흔적이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그는 미국의 44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이다.그가 텔레비전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흑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역사의 영광을 맞게 되었다.
그는 미국의 어두움과 바닥을 보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떨치고 혼자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섰다. 그는 총체적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원할 조타수 역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경험만을 앞세우며 타성에 빠진 자들 보다 훨씬 더 현실을 바로 볼 것이다.그는 링컨이나 루즈벨트와 나란히 설 미국의 찬란한 별이 되리라 기대 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