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꿈, 헛된 꿈

2008-11-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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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꿈이란 잠자는 중에 생시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사물을 보는 일로서 시각적, 청각적인 체험을 하는 현상으로 정신분석학에서는 내적 정신현상의 투영(投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사 이후 꿈을 희망 혹은 이상으로 표현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꿈은 비몽사몽 수면 중 나타나는 현상을 말해왔다.

“꿈에 서방맞은 격” “꿈보다 해몽이 좋다” “꿈을 꾸어야 님을 보지” “꿈에 사위 본듯” 등 얽힌 속담이 비일비재하다. 꿈에 얽힌 비화 중에는 3,600여년 전 기록된 성경에는 애굽(이집트)에 팔려간 요셉이 교도소에 수감중 같은 처지의 재소자의 꿈을 해몽해준 것이 교도관을 통
해 파라오 왕조(투트모스왕)에 알려져 왕의 꿈을 해몽, 총리대신까지 오르게 된 것이 있다.2,600여년 전 바빌로니아가 유대국을 정복하고 포로들로 잡아간 사람들 중 다니엘이란 선지자가 왕(느부갓네살)의 꿈을 해몽한 것이 기록의 시초가 아닌가 한다. 반면 11월 4일, 미국독립 232년, 노예제도 철폐 146년, 이보다 더 가깝게는 45년 전 마틴 루터 킹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의 희망의 꿈을 버락 오바마가 흑백 대결에서 승리,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국내외의 환영과 우려에 대한 목소리 파장이 대단하다.


이 파장은 50년 전만 해도 남부 여러 주에서 투표권도 없었고, 기차나 버스에 백인들과 동승하지도 못했으며 학교는 물론 화장실까지 따로 써야했던 그들에게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희망과 이상의 꿈이 뜻밖에 실현되어 눈물로 기쁨들을 대신해야 하는 꿈들이다. 또한 잠에서 꾸었던 꿈의 일화 침중기(枕中記)가 있는데 이는 중국 당나라 시대 심기제(沈旣濟)의 대표적 역작으로 현종 때 여홍이라는 도사가 한단이란 곳의 객사에서 쉬고 있을 때 얘기다. 초라한 옷차림을 한 젊은 선비가 그에게 다가와 나름대로 정직, 도덕적으로 살다보니 고생을 면치 못한다는 자신의 처지에 하소연을 길게 하다가 졸음이 와 여홍으로부터 베개를 잠시 빌려 잤는데 그 베개는 도기(陶器)로 만든 것으로 양 끝에 구멍이 뚫려있어 잠들고 있는 동안에 그 구멍이 점점 커져 선비가 들어가 보니 그 곳에는 대궐같은 집이 있었다.

그 집에서 젊은 선비는 주인의 딸과 결혼하고 진사 시험에 합격, 관리가 된 후 계속 출세해 마침내 경조륜(京兆尹) 자리에 올랐다. 또 침공하는 적을 토벌하여 어사대부까지 되었다고 한다.이렇게 그의 위치가 인신(人臣)의 극을 누리고 있을 때 호사다마인 듯 그가 변방의 장수들과 결탁하여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참소가 들어와 포박을 당하자 그는 장탄식을 하며 처자(妻子)에게 말했다. 내 고향 집에는 약간의 전답이 있어 농사만 짓고 살았다면 그것으로 추위와 굶주림은 면할 수 있었을 터인데 무엇 때문에 애써서 녹봉(祿俸)을 구했단 말인가?

이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하면서 칼을 들어 자결을 하려 할 때 아내가 극구 말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양을 갔다.
다행히도 수년 후 황제는 그가 누명을 쓰고있음을 알고 다시 불러 연국공에 봉하고 그의 자식들은 고위직에 중용되었으나 정작 그는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져 죽고 만다.이윽고 그 선비가 크게 하품을 하며 잠에서 깨어보니 이 모든 부귀영화가 한낱 헛된 꿈이었다.여홍도사는 그런 그에게 웃으면서 “인생이란 다 그런거라네” 하니 이에 그가 “영욕(榮辱)도, 빈부(貧富)도, 죽음도 모두 경험했습니다. 제 욕심을 막아주신 은혜로 생각됩니다” 하면서 객사를 떠났다고 한다.

조국과 부모, 형제를 떠난 이민생활이 힘들고 피곤하며 녹록지는 않지만 혹시나 한인들 중에 도(道)와 분수를 벗어난 과욕에 올인한다면 여홍의 말처럼 허무할 뿐이니 늦기 전에 도덕적인 삶의 지혜를 우리 모두 터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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