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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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게 바란다

2008-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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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이 나라에서 가능한 일을 의심하거나 건국정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 이자리가 대답이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당선 연설 중.지난 4일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정치사의 인종적 장벽을 뚫고 제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었다. 역사적인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경제 위기가 피부색이나 그 어떠한 것보다 큰 이변이었고 과제라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자명히 볼 수 있었다. 당선 당일 뉴욕 증시는 물론이고 오바마의 당선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세계 증시가 강한 오름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5일부터 증시는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대선으로 쏠렸던 관심이 다시 실물 경기 지표가 발표되면서 그 분위기는 참담하게 식어 버렸다. 혹자는 ‘오바마 랠리는 없었다’고 말한다. 사실 오바마가 당선되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없다. 오바마 후보가 젊고 패기있고 언변이 탁월하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검증되었다. 이제부터 오바마 당선자가 보여줘야 할 것은 현란한 언변이나 비판적 시각이 아니라 현재 직면한 금융위기 사태를 어떻게 진정시키고 추락한 경기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현재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를 가져왔고 이 경제위기가 대선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오바마의 당선까지 이어져왔다. 즉 오바마 당선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어느 정도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받은 수혜를 갚을 때가 왔다. 주택 모기지 융자의 일선에 서 있는 필자로서는 이번 오바마 정부가 어떻게 추락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한 수 훈수를 두고 싶다.

이번 위기는 일련의 연결 고리가 있다. 주택 시장이 활황이었고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무분별한 프로그램을 양산했고 이런 정크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생기자 모기지 연체가 시작되었고 주택 경기가 식는 동시에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던 투자은행들의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
다. 이것은 신용경색으로 이어졌고 다시 금융권 전체의 문제로 불거졌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혼돈스럽게 일어나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며 현재는 실물 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 정부는 연쇄적으로 금리를 내렸고 각종
구제방안을 내놓아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혈세로 지불될 막대한 구제금융 조차도 그 뒤에 올 어떠한 후유증 또한 예상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구제 금융을 쏟아 붙는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진정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 시장 현실을 봤을 때 구제 금융의 방법만으로는 그 해결 실마리가 풀릴지 의문스럽다. 구제 금융보다 좀더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가 생긴 곳에서 찾아야
한다. 즉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 다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발단인 모지지 프로그램을 다시 재조정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강화된 모기지 프로그램에서 서브프라임 프로그램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이고 2년 전 융자 프로그램과는 천지 차이가 생겨났다. 패니매와 프레디멕을 기준으로 무조건 20% 이상씩 다운을 하고 수입을 전부 증빙을 해야 기본적으로 융자를 얻을 수가 있는 조건들
로 바뀌었다. 수입 증빙이 없이 무분별하게 융자해준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이 두기관의 현주소로 봐서는 지금 자구책은 분명 이해는 간다. 자 그럼 이젠 모기지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정비됐으니 모기지 부실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될 것은 이처럼 급격히 강화된 프로그램들이 주택시장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가이다. 2년 전에 수입 증빙 없이 주택을 살 수 있었던 바이어가 이제 강화된 가이드라인으로 2년 사이에 수입을 전부 보여주고 주택을 구입할 수가 있냐는 것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현재 주택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바이어들을 극히 제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택 시장의 매물을 증가시키고 아무리 싼 주택들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구입자가 주택을 구입할 자격이 되지 않으니 주택 매매가 이루지지 않는 상항을 양산하고 있다. 이렇게 주택 판매의 맥을 막아놓으니 기존 주택 소유의 가치 상실과 그로 인한 모기지 연체는 시간문제
이고 경기 전반의 침체 회복은 묘연해지고 종국에는 정부의 구제 금융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것이다.

모든 장사는 팔고 사는 게 원활하게 이루어 질 때 건전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만약 팔고 사는 것을 규제해놓고 문제가 생기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 물건 못 팔고 재고를 앉고 있는 곳에 이런 저런 혜택을 준다고 해서 그것이 치료가 될 수 없다. 이번 페니매와 프레디멕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페니매와 프레디멕이 부실해지자 정부는 이 두 기관을 정부 산하로 귀속시켰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 수입 증빙 없이 융자 해주던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해 버렸다. 융자은행의 돈줄인 두 곳에서 프로그램을 없애 버렸는데 어느 은행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지속시킬 수 있겠는가?

차기 오바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선 구제 금융도 방법이지만 더 근본적인 치료로 융자 프로그램을 현실성 있게 완화하지 않을까 싶다. 수입을 증빙하지 못하면 최소한 25~30%정도로 다운을 더 하게 하고 외국인들이나 학생들에게도 30~40% 이상씩 다운페이먼트를 할 수 있으면 융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주택을 팔고 사는 맥을 열어줘야 주택시장이 원활이 돌아가고 이것이 주택 가격 회복으로 이어지고 모기지 연체가 줄어들 것이며 비로소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서 주택 가격 회복 없이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방법이 주택 가격을 회복시킬지 명철한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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