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시대의 이민법 전망

2008-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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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변호사)

11월 4일은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날이다. 소수민족인 우리로서도 우리 자녀들이 유색인종임에도 최선을 다하면 미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민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오랫동안 동포들이 기다려온 이민개혁이 곧 오리라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연방 상하원도 친이민 성향의 민주당이 32년만에 장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연방의회에서 이민 개혁을 실행할 의지가 있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언제 가능할까?일반적으로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이 계획했던 각종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적기이
기에 취임 초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부양 및 이라크전쟁, 의료보험 개혁 등 시급한 다른 현안문제들이 있으므로 취임 1년 내에 친이민 관련 법안 통과 및 관련정책 실현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과연 현재의 이민 이슈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얼마 전 대선후보 토론 때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는 과거 대선 때와는 달리 이민 이슈에 관하여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민 이슈를 꺼내는 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표심을 잃어버릴 수 있는 복잡하고 껄끄러운 사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거 오바마의 이민 관련 행보를 살펴보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오바마는 작년 3월에 있었던 유명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이 영어를 배우고 세금과 벌금을 낸다면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통해 합법 신분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2,500만 불법이민자들이 이 땅에 있고,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자녀들이 여기서 살고있는 현실 속에서 불법이민자 가정들이 어둠 속에서 벗어나 미국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한편 올해 6월에 있었던 한 히스패닉 단체에서의 초청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포괄적 이민개혁안 통과를 위해 두번씩이나 노력한 바 있으며 불법 이민을 막을 수 있는 국경강화와 더불어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바마 당선자가 공화당의 ‘이단아’ 매케인 상원의원 같은 적극적 이민 옹호자는 아니지만 현재의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포괄적인 이민개혁안에 찬성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한편 오바마 대선 캠프의 한 정책담당 보좌관은 대선 직전에 “앞으로 몇달 안에 도래할 높은 실업율 속에서 대중들에게 이민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노동 착취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수백만 불법이민 노동자들이 합법적 노동권리를 얻는다면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라고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향후 이민 개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과 반면에 이민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새 정부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다.과거 반이민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과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연방의회의 막판 거부로 많은 친이민법안들이 사장되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표심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탄생하였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 현 상황에서 내년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화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다른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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