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9일 금리인하를 단행할 예정이다. 아마 이 글이 신문에 활자로 실릴 즈음에 벌써 금리 인하 후가 될 것 같다. 현재 일각에서는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물가가 내려가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신용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1% 미만으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심지어 이 대로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추더라도 놀라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의 중심에 있던 월가의 투자 은행들이 무너질 때 세계 각국은 저런 대마도 저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하는 우려 속에서 자국을 단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세계 각국의 경제가 연쇄 도미노 붕괴 위기로 몰리고 있다. 전 세계 증시는 2003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150만 배럴 감산 결의에도 16개월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헝가리, 라트비아, 벨로루시 등 경제규모가 적은 국가들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이미 국가 부도라는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 지수가 10% 이상 폭락했고 강남의 아파트는 수억원씩 내려도 매매가 없다고 한다. 또한 환율도 1997년 IMF위기 상황에 근접한 1400월 넘어 장중 1500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미국 경제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까지 이럴 것이냐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끝이 언제쯤일까 라는 질문인데 월가의 그 유명한 분석가들도 다 허망하게 보따리 싸는 판국에 누가 시원스럽게 대답을 해줄 수 있겠는가? 안타깝다. 하지만 어두운 밤이 있으면 언젠가 새벽의 동이 튼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그럼 서브프라임 사태 시작된 주택 경기의 새벽은 과연 언제가 될까? 아직 칠흑같은 어둠속인가?
필자는 이런 예측을 주식의 동향이나 미국 전체 부동산 매물 통계 수치를 떠나 다른 방향으로 주택 시장을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하고 싶다. 필자가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맨하탄을 중심으로 한 뉴욕과 뉴저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미 전역의 부동산 통계를 발표하는 것과는 많은 이견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거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을 렌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렌트로 살게 되더라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유입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고 처음 렌트를 얻어 살다가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단기적인 시장 통계자료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유입 인구 증가는 주택 가격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도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떠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빈자리들이 훨씬 더 많은 이민자들로 끊임없이 채워지고 있다. JFK에 한번 가보라. 매분 도착하는 비행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그들은 여러 이유로 뉴욕 땅을 밟게 된다. 학생으로, 사업으로, 관광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부모를 따라서 이민 왔거나 공부하러 왔거나 아니면 사업차 왔거나 어느덧 모두가 뉴요커가 되어 있다.미국내에서도 공장이 떠나가고 기업이 떠나가고 사람이 떠나가고 해서 빈집들이 늘어나는 곳도 많다. 이런 지역은 현 주택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주택 경기가 장기적으로 치명적일 것이다.
한국의 예를 보자. 필자는 올해 본국으로 출장을 갔다. 깜짝 놀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끊임없이 개발되는 아파트들이었다. 논과 밭이었던 시골 들녘이 모두 신축 아파트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필자가 알고 있는 대부분 가정에서 여러 이유로 자녀를 한 명 밖에 갖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기회가 되면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아파트에는 과연 누가 살게 될까? 세계 각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물밀듯이 들어와서 투자를 할까? 그 결과는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어렵잖게 밝혀지고 있다. 물론 세계 시장의 본거지인 맨하탄의 고급 아파트도 이번 월가의 타격으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을 것 같다.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맨하탄이라는 곳이 단지 금융계 몇몇 분야만으로 형성되어 있지가 않다.
세계 금융을 비롯한 정치, 경제, 언론, 교육, 예술, 스포츠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예술 문화 도시이다. 세계어디를 가더라도 이만한 도시는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이 거대한 도시를 끼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동역자들인 셈이다. 이 거대한 도시의 일부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니 곧바로 작은 나라 몇 개는 나라 자체가 거의 부도직면에 이른 것을 보고 있다. 그 만큼 이 도시의 파워는 크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세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을 대신할 곳은 없다. 그리고 미국의 중심은 이곳 맨하탄을 중심으로 한 뉴욕과 뉴저지이다. 어떻게 보면 이곳에서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은 참 자랑스럽고 위대한 일이다. 주택가격이 얼마까지 떨어졌을 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적격인가를 고심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한 돈으로 이제 이 나라가 어렵고 세계가 어려울 때 내 집 장만으로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지금도 필자를 통해 클로징을 하는 고객들이 많다. 다양한 동기로 내 집 마련을 한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작게는 이분들이 필자의 생업에 도움이 되어서 고맙고 크게는 이 어려운 시기에 주택구입이란 결단을 내렸고 그것은 이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 두 해 더 주택가격이 떨어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주택가격은 한 해 한 해 메겨지는 수치로만 산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