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박의 계절

2008-10-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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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벌써 10월 말이다.

전세계를 경제 공황으로 빠뜨린 2008년도 이제 두달 밖에는 안 남았다. 매년 이맘 때면 우리동네 어귀 빈땅은 호박 천지가 된다. 드디어 호박의 계절이 온 것이다.

그리고 호박 천지인가 십다가는 금방 크리스마스 트리 세상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면 일년이 다 지나간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러다가도 불빛찬란하게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면 들뜬 마음이 드는것은? 아직도 철이 안나서 일까?


항상 바쁜 생활이었기 때문에호박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벌써 할로윈!!! 한해가 또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부동산을 시작한 이후 10년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나 올해 만큼은 호박을 보는 심경이 많이 틀리다..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 경제의 몰락과 극심한 부동산업계의 침체를 일년동안 온몸으로 느껴서인지... 그래도 세월은 가는구나! 만감이 교차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풍성하게 널려있는 호박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푸근해지고,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호박이 할로윈의 상징이라지만, 나에게는 그냥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어머니의 푸근함을 느끼게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긴장의 연속인 나에게 잠시나마 그 호박들은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호박들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빈자리를 크리스마스 트리가 채울것이다.

그렇게 또 일년이 가 버린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보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매일매일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세상엔 움직일 수 없는것,변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움직일 수 있는것,변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그러나 물은 움직인다. 산은 가만히 있어도 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게 되고 꽃이 핀다.

산은 그대로 있어도 물이 졸졸졸 흐르기 때문에 개울의 아름다운 노래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다.

콩이나 메밀을 갈아 두부나 묵을 만들수 있게 하는것이 맷돌이다. 맷돌의 아래짝은 움직이지 않는다.그러나 윗짝이 돌아가 줌으로써 콩이 갈리고 메밀이 갈려 두부도 되고 묵도 된다.

모든 것이 내게 맞춰지기를 고집하는 삶에는 기쁨이 없다. 불평과 불만 투성이가 되버린다. 내가 맞춰주려고 하면 남도 즐겁게 만들고 나도 즐겁게 된다.

움직일 수 없는것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변할 수 없는 것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쓸모없는 시간의 낭비요! 헛된 기대이다!

나 중심의 삶은 늘 불평과 불만이 있을 뿐이다. 상대가 안 움직이면 내가 움직여 주면되고 상대가 불변이면 내가 변해서 맞춰 주면 된다.
세상이 변하면 나도 따라서 변해야 된다.

이 아름다운 호박의 계절에 잠시라도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낄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것은 어떨까?

클라라 조 Coldwell Banker Wilshire 부동산

(213)910-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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