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승부

2008-10-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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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 탬파베이가 역전의 용사 레드삭스를 물리치고 창단 이래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일주일 내내 역전의 묘미를 보느라 퇴근 앞당기며 황금시간대 눈과 귀를 붙들어 놓았던 열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지각변동을 일으킨 경제지수에 조금은 무뎌지게 만들었다.

1승3패에서 기사회생한 레드삭스는 경기란 종료가 될 때까지 끝나봐야 안다는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면서 게임의 묘미를 일깨웠다.


그들은 패전으로 기울다 동률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지만 홈팀이란 장점과 젊은 신예들의 똘똘 뭉친 팀웍에 밀려 더이상의 역전을 이루지 못하고 아깝게 물러섰다.

일찌감치 포기할만한 게임을 마지막 7차전 까지 끌고 간 레드삭스의 투지를 보며 언뜻 우리의 삶이 떠올려졌다. 90년대 초 LA폭동을 겪으며 전 재산을 다 날리고도 좌절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근면하게 살아 온 교민들의 투지가 오늘의 이민경제를 반듯하게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잿더미가 된 사업체를 보고 단지낙망에 빠져 더이상의 희망을 갖지 않았다면 오늘날 한인타운의 영역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경제난에 온 나라와 본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이 잘 돼 승승장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겪으며 재기를 꿈꾸지만 다급해진 마음은 갈 길을 더 멀게 한다.

널뛰기 환율에 편승한 단기 투자를 못해 가슴 답답해 하고 절약만이 가정 경제 안정의 지름길이라 믿었던 오랜 철학이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난 소비심리를 쉽게 바꿔놓지 못한다.

이자율이 낮았던 에퀴티를 쉽게 뽑아쓴 뒤 자고나면 내리막길에 들어선 집 감정에 예민해 속쓰리고 심리적으로도 소비는 더 위축돼 악순환을 부른다.


모두가 힘들다는 소리만 들리고 해결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유학생이 되돌아가고 투잡(two job)을 뛰어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주변 눈치 보느라 누구하나 현상유지 한다는 말도 조심스럽다.

이 어려운 판국에 본국과 미국간 무비자라는 청신호가 예상보다 앞당겨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직 실행되지 않았으니 청신호라는 말로 부작용이 올 수 있는 상황은 잠시 접어두고 싶다.

동부보다는 훨씬 가까운 LA지역에선 타운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단 활기가 돈다. 멀고 먼 미국 땅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금세 달려올 수 있는 이웃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자랑스런 대한민국에서 제발 좋은 문화만 들어 와 예전처럼 미국이 애꿎은 도피장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7차전까지 이어진 야구경기를 보며 우리 인생도 9회말 역전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다시금 느꼈다.

힘들어도 끝까지 달려 보는 마지막 승부에 멋진 인생이 달린 것은 삶에는 연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단 한 번 밖에 없는 연습이 없는 삶에 미러클(기적)이란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치뤄내는 끈기에서 오는 것이리라.

늘 꼴찌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결국 승리로 이끈 탬파베이처럼 긍정적인 힘으로 늦게나마 내 뜻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기적이 아닐까?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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