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잎새

2008-10-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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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스미스타운)

“전화 한 통 없네요” 어느 노인이 같은 한인이기에 하는 푸념처럼 들렸다. 그렇게 늙은 나이도 아니건만 이민 세월의 거친 바람에 늙어보이는 이의 말을 듣고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곧 안부전화가 오겠지요”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요즘 너무나 힘든 삶이라고 푸념들이 한참이다. 곧 찬바람이 찾아올 계절이지만 이미 우리들 가슴속에는 이래서 저래서 찬바람으로 썰렁한지도 오래다.거지는 하루 세끼 배만 부르면 더 바랄 것 없고 추운 날씨에 등만 따뜻하면 부자가 부럽지 않다고 하던가? 요즘 재벌자식들이 돈독이 올라 법을 깔보고 공돈 챙기려다가 조사를 받고, 배우고 돈 많고 말발깨나 있다는 이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미국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이곳에서 20년 30년 살았고 여기 저기 돈 좀 내고 집사, 장로, 보살 등의 호칭을 얻어 둘러메고 큰 벼슬 한 것처럼 행세하려는 꼴, 또 빚을 내서라도 고급 차를 타고 예식에 참석해야 하는 줄 아는 한심한 족들이 넘치는 곳에 가면 꼭 남 흉보는 소리, 누구 패 등의 패걸이들의 소리에 은혜고 무엇이고 저들의 모습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남보다 조금만 못나도 못 견디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상모략하는 입들. 모양은 예쁜데 그 입
에서는 많은 이들을 해하는 독으로 가득하고 이런 것을 군것질처럼 즐기려는 이들의 귀는 시궁
창처럼 더렵혀져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간단하다. 한번 ‘꽝’하고 깊이 깊이 떨어져 봐야 산다. 세상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떨어져 봐야 산다. 이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의 은혜인 것이다.
지금 여기 저기서 쿵 쿵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좋은 징조다. 떨어진 자만이 다시 일어
날 기회가 온 것이다. 떨어진 것이 창피해서 엉금엉금 기면서 다이아몬드라도 찾는 것처럼 연
극하는 이는 영원히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만다.
부끄러운 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다. 아니면 당당하게 새 출발하는 용기가 있어야 산다. 왜냐하
면 세상은 정직한 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잎새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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