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시장 3선에 반대하는 이유

2008-10-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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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준(언론인)

뉴욕시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시의회가 자신의 3선 연임을 위한 시조례를 통과시킨다면 내년 선거에서 기꺼이 3선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 시장의 발표 내용은 우리와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직 대통령 때 익히 들어본 것과 내용이나 의미 면에서 흡사하다.

연임 제한법은 왜 생겼나
뉴욕 시조례에 시장의 연임을 2회(4년씩 2번 도합 8년)로 제한한 것은 전임 줄리아니 시장 때부터 적용된 조항이다. 전임 에드 카치 시장이 3번 연임 12년간 뉴욕시를 이끌어 오면서 말기에는 시정부의 각종 스캔들, 드러난 부패 무능 공무원들에 대한 원성, 범죄율의 증가 등등 장기집권에 따른 병폐가 나타났다. 뒤이어 시장이 된 딘킨스 때는 마약관련 범죄와 자질 미달인 고위직 시공무원들의 전횡 때문에 시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으로 추락했다.(당시 우리 한인들에게는 브루클린 처치애비뉴 한인청과상 사건이라는 쓰라린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딘킨스 시장은 단임으로 끝나고 등 돌린 민심에 힘입어 민주당의 텃밭인 뉴욕시가 공화당 시장을 당선시킨 것이다. 줄리아니 시장이 당선되자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의회는 행여 공화당의 집권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 줄리아니 시장의 임기를 2선으로 제한했다.
3선 출마길이 막힌 줄리아니 시장의 뒤를 이어 공화당 후보로 나선 현 블룸버그씨는 당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던 줄리아니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 덕택에 마크 그린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왜 연임 제한법을 뒤바꾸려 하는가
블룸버그 시장 3선 연임 지지자들은 뉴욕시 재정상태의 호전, 범죄율 감소와 현재의 월스트릿 금융위기 상황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 속내용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치판에서나 마찬가지로 시정부와 의회, 각종 시정부 관련 이권단체, 기업체들의 지지자들 각자마다 그들의 이익이 변함없이 보존, 지켜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선 반대 이유
블룸버그 시장이 업적으로 들고 있는 시 재정상태의 호전은 현재 직면한 금융위기 직전까지 지난 7년여 동안 지속되어온 월스트릿 금융권으로부터의 시세 수입과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각종 세수입금 등 전반적인 호황 분위기에 힘입은 세입증가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일반 소규모 자영업자나 소시민들에게는 각종 공과금, 재산세, 상하수도값, 수수료, 교통 톨비, 심지어 주차비, 교통범칙금, 위생-환경 범칙금의 대폭 인상과 티켓을 남발하여 엄청난 액수의 수입금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또한 블룸버그 시장 스스로가 영향력 있는 큰 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유능한 기업인이기 때문에 현재의 금융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현재 직면한 금융위기는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난제이지 월스트릿이 뉴욕 시내에 있다고 해서 뉴욕시장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범죄율의 감소는 그동안 시민들의 핸드폰 사용 보편화, 디지털 비디오 등 각종 범죄예방 기술이 급성장 발달해 온 데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오히려 뉴욕시는 그동안의 활발한 건설 붐과 호황에 편승하여 시 공무원들의 월권과 직권 남용, 건축, 보건, 환경 등 민원관련 업무에서의 부정부패, 태만 등의 사례가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일반 소규모 자영업자와 시민들 사이의 평가이다.뉴욕시 행정은 블룸버그 시장 지지자들이 ‘오직 그대 뿐’이라고 추앙할 만큼 훌륭한 상태는 결코 아니다.

뉴욕 한인들의 입장
역사적으로 일어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민주사회에서의 정치 행정권력은 맑은 물이 흐르듯 지속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더군다나 특정인 때문에 법을 바꾸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앞서 에드 카치 시장 때의 선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기집권의 병폐는 뉴욕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것이며 야심만만한 블룸버그 시장 스스로를 위해서도 장기집권은 거부해야 될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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