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뱅

2008-10-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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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홈아트갤러리)

“만약, 여러분의 주머니에 100달러가 있다면 이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배팅을 할 것입니까? ‘피터 힉스’와 ‘스티븐 호킹’”우주의 신비 ‘블랙홀’로 유명해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의 강입자 가속기(LHC) 실험에서 소립자 힉스 입자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며 100달러를 배팅했다.

피터 힉스는 1964년 CERN이 발행하는 물리학 잡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상의 힉스 입자를 제안했다. 힉스 보존(higgs boson)이었다. 일종의 매개입자 힉스입자가 있다고 보았다.과연 힉스입자를 찾을 수 있을까? 세계 모든 과학자는 물론 물리학에 전문상식이 없는 일반인까지 흥분하고 있다.
원자보다 작은 소립자 하나 찾기 위해 96억달러를 투입하여 14년 동안 공사를 끝내고 세계 물리학자 8,000명이 참여하는 CERN의 LHC 프로젝트에 한국 물리학자도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니 한국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미국 물리학자들은 배가 아픈 모양이다. 왜냐하면 1993년 미국 의회에서 수퍼 충돌기 제작에 소요되는 11억달러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이 작은 입자 하나를 찾기 위한 노력만은 아닐 것이다. 가상 이론을 입증하려면 기초과학이 필수적이다. 그런 기초과학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9월 10일, 스위스 CERN에서는 지하 100미터에 둘레 27킬로미터, 내부 온도 영하 271.3도, 달보다 10배 희박한 진공 환경, 이런 곳에서 광속의 99.9999991%초 광속으로 양성자 빔(beam)을 시계 방향으로 쏘는데는 성공했다. 다음은 반대 방향으로 쏘는 실험, 그리고 양쪽에서 동시에
쏘아 양성자가 충돌할 때 일어나는 5조톤 볼드 전기 힘, 그리고 태양의 중심 온도보다 10만배나 더 뜨겁게 달궈진다.1초에 1억개 가량의 엄청난 수의 입자들이 만들어지며 그 속에서 나노의 나노의 나노초라는 짧은 순간에만 존재하게 되는 힉스 입자를 찾는 작업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에데르(ether)란 가설적인 매개물질이 우주 공간에 있다고 생각했다. 소리는 공기의 매개로 전달되지만 빛과 전자 같은 것이 우주공간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에데르’란 물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당시로서는 우주공간을 갈 수 있는 기초과학이 없었기에 ‘에데르’를 진리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늘의 과학은 달나라를 가는 세상, 현대 물리학에서는 에데르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우주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오늘의 물리학자들은 ‘빅뱅’에 의하여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만약 이번 강입자 가속기 충돌 실험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면 ‘힉스 보존’ 이론은 입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 실험이 지구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가동 중지를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거대 강입자 가속기가 입자 파편들을 초고속으로 충돌시킬 때 섭씨 1조도가
넘는 온도를 조성함으로써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미니 블랙홀을 만들 수 있으며 4년 안에 지구를 완전히 삼킬만한 크기로 팽창할 수 있다고 반대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인권재판소는 가동 중지령에 대한 요청을 일단 기각했다.
여러분의 주머니 속 100달러를 조심스럽게 묻어 두었다가 2,3년 후 힉스 입자가 입증될 때 그 때 샴페인을 터뜨리던, 아니면 지구가 사라질 때 소주 한잔 마시던.. 그 때까지 기다려 볼 일이다.

★힉스 보존(higgs boson)-물리학의 표준 모형. 물질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에는 각각 6종인 쿼크와 렙톤(경입자) 등 구성입자와 힘(강력, 약력, 중력, 전자기력)의 전달에 관여하는 4종의 매개입자(bonson 입자) 그리고 매개입자의 일종인 ‘힉스입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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