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니멈 페이먼트의 위력
2008-10-04 (토)
곽동현
매일 새롭게 발표되는 경제 상황으로 미국경제가 벼랑 끝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 같다. 7000억달러라는 사상 유례가 없는 구제금융으로 부시 행정부는 막바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나 여당인 공화당에서까지 던진 무더기 반대표로 결국 부결되어 한 번 더 좌초되었다. 이런 발표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마냥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9월초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에 이어 워싱턴뮤추얼과 와코비아가 간판을 내렸다. 2008년 들어 굵직굵직한 은행들의 파산과 인수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컨트리와이드 파산설에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인수 합병되었고 3월엔 투자 은행인 베어스턴스가 JP모간 체이스로 인수되었다. 그리고 7월에는 미 2위 모기지 대출업체인 인디맥 뱅크가 파산했고 9월 패니매·프레디멕이 정부로 인수되었다. 같은 달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을 맞았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인수되었다. 불과 며칠 전 워싱턴 뮤추얼 은행은 JP모건으로, 와코비아는 씨티그룹으로 인수되었다. 상기 은행들은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유수의 은행들이었다. 올 한해에만 이런 은행들이 죄다 사라졌으니 아마 2008년도 한해는 역사 속에 오래오래 기억 될 것이다.
그럼 이번 시간은 최근 파산설로 인수된 은행들이 주로 다뤘던 주택 융자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아보자. 2년 정도 전만 하더라도 신문광고에 1% 융자, 최저 페이먼트, 미니멈 페이먼트 등 50만달러 융자에 월페이먼트는 1000달러. 이런 광고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옵션 변동 모기지(Option Adjustable Rate Mortgage)라고 한다. 부도가 나고 인수된 은행들이 대표적으로 이런 옵션ARM을 취급했던 은행들이다.
은행마다 성향이 다르다. 보수적인 은행일수록 이런 변칙적인 파생상품보다 전통적인 30년이나 15년 고정 모기지 융자를 고집하는데 필자의 은행경우 상당히 보수적인 은행 중 하나다.
옵션 ARM은 커녕 변동모기지(ARM) 조차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옵션 ARM은 한 번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은행들이 무작위로 해준 옵션 ARM을 재융자 해주면서 옵션 ARM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옵션 ARM은 페이먼트 옵션을 이야기 하는데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빌린 원금을 페이먼트 하는 방식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까지 내면 30년 상환에 원금 이자를 같이 내는 것이고 더 이상을 내면 15년 상환이고 여유가 없을 경우 이자만 내거나 혹은 크레딧 카드처
럼 최저 페이먼트만 내는 상품이다. 언뜻 보기는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 같아 보인다. 그럼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첫째 옵션 ARM을 선택하게 되면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이 페이먼트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옛말에 ‘빚 내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주택샤핑을 하러 다니는 고객은 똑같은 경험을 하는데 자기의 한도에서 10만달러만 더 비싼 집을 보면 거의 드림하우스가 된다. 이런 드림하우스 융자를 가능하게 해준 게 옵션 ARM이다. 이렇게 해서 자기의 능력보다 비싼 집을 구입하게 되고 여유가 있을 때 원금을 더 갚고 힘들 때는 미니멈 페이먼트를 하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것이 위험의 출발점이다.
둘째 미니멈 페이먼트는 부족분이 원금에 가산된다. 즉 여유가 어려워 미니멈 페이먼트만 하게 되면 해당이자의 나머지 부분은 원금으로 가산된다. 이렇게 몇 달만 미니멈 페이먼트만 하게 되면 이자에 이자가 가산되어 원금이 점점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클로징 시보다 원금이 계속 늘어날 경우 크레딧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셋째 옵션 페이먼트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이자 고정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30년 상환 중 이자가 고정되는 기간이 3년 고정 5년 정도이고 어떤 고객은 6개월이나 3개월마다 바뀌거나 심지어 매달 바뀌는 상품을 갖고 있었는데 고정 기간이 끝나면 이자가 변동이 되는데 변동인덱스로 주로 사용되는 이자가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금리이다. 개월 수마다 이자가 차이가 있지만 최근 리보 금리가 3~4%까지 등락을 오가고 있다. 이것은 40만달러 융자 기준으로 이자가 1300달러 이상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클로징 할 때 옵션 ARM의 약정은 고객이 갖고 있는 모기지 ‘Note’(약정서)에 자세히 나오는데 융자 브로커나 론 오피스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모기지 페이먼트를 지불하는 고객들은 찾기가 힘들다.
넷째 이런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조기 상환벌금(Pre-Payment Penalty) 1~3%를 포함하고 있다. 은행에서 초기 1~2%의 낮은 미니멈 페이먼트를 제공하는 대신 1년이나 3년 안에 재융자를 하려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크레딧이 양호하고 이자가 낮을 때 재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요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점을 안고 융자를 하더라도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해주면 고객의 페이먼트 연체가 발생해서 차압을 하더라도 은행에선 융자를 해준 원금을 건질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경색이 발생한 경우엔 이런 프로그램을 얻은 고객이나 융자를 해준 은행 모두 치명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채권을 사줄 투자자를 못 구한 은행에서 모기지 채권을 쌓아두고 페이먼트 연체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이것이 덮어둘 수 없을 만큼 커져서 수면위로 올라오자 기존 Checking, Saving이나 CD등으로 예치된 유동성 자금마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게 된다. 즉 은행의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며칠 전 사라진 와코비아는 옵션 ARM 보유 규모가 지난 7월말 현재 1220억달러로 미국 은행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날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은 와코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옵션 ARM 프로그램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굴지의 은행들이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 같이 여겼던 옵션 ARM이 자기들을 삼켜버렸다.이런 위기로 계속 연결이 된다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옵션 ARM 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변동모기지 ARM와 고정 모기지 전반으로 불씨가 옮겨 갈수가 있다. 아무튼 이번 구제 금융으로 더 이상 불씨가 옮겨가지 않길 바라고 고객들 또한 낮은 이자만 샤핑 하는 것 보다 모기지 페이먼트 이해에 좀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