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 위기를 바라보며

2008-10-06 (월)
크게 작게
정준영(회계사)

미국에서는 지금 거대한 투자은행이 무너지고 금융기관이 무너져 내린다. 정부에서는 천문학적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불을 끄려고 아우성이다. 거품이 무너지는 곳을 무엇인가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일반 대중은 아직 그 무너짐의 흙덩이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실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답은 결국 일반인들의 세금으로 충당되어져야 할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를 반대하기도 한다.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다.
거품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 거품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 이익을 어떤 이는 과하게 차지하였고, 어떤 이는 받아 쥔 것은 거의 없지만 인간의 욕망이 모여 만들어낸 것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정직한 생산과 정직한 이윤, 정직한 분배는 괴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 괴물이,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된다.
성경적인 평등사상에서 출발한 공산주의가 끝내는 흉칙한 괴물로 변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을 무시한 강압에 의한 평등을 실현하려다 괴물을 만들고 결국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 당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고, 아직 괴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회집단도 남아있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그래도 간혹씩 탈바꿈을 함으로 그 존재를 이어왔다. 자본주의의 모범이 되는 미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그 근간을 버티고 있던 도덕성과 평등, 공평한 분배의 개념이 점점 퇴색해 가기에 생겨난 것일 것이다. 도덕과 평등보다는 부를, 질서와 배려보다는 선취와 쟁탈의 개념이 점점 고멸되어 감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이지 않는 착취와 개인 이기주의에 쏟아붓게 만드는 사회풍조, 한 마디로 물질 숭배 주의가 부른 재앙일 것이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 것이 비정상적, 투기성 주식시장의 원리다. 아마도 그 원리는 현재 대다수 사람들의 기본 개념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괴물은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삼킨
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그 괴물은 신의 진노일 수도 있다. 신의 징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항상 새로운 창조로 이어져 왔다. 신의 진노도, 징계도, 우리가 그를 인정한다면 우리를 향한 새로움, 새 질서의 시작일 것이다. 입술로만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의 변화만이 그 진노를 풀게 될 것이다. 신의 진노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정직한 회개만이 궁극적인 해결을 가져올 것이다.이런 괴물은 사회가 만들기도, 전 인류가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근간은 우리 자신들이
다.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이 불행한 시기를 각 개인과 이 사회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는 전환기로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속의 괴물을 없애면 결국 우리 모두를 삼키려는 괴물도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결국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