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땅 주인이 되어야

2008-10-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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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해마다 가을이 되면 뿌리 찾기, 뿌리 내리기로 각종 행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행사는 해마다 한 번 머물다 간 철새같이 자리를 못 잡고, 아니 자리를 안 잡고 잠시 정착했다 가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린 이 땅에서 언제 주인이 되어 나무를 마음놓고 심을까 생각하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처음 이민 와서 정착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백인 일색의 좀 산다는 지역에 유대인이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지역의 터줏대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사한지 일주일만에 나타난 것은 밤마다 집 마당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간간히 불까지 질렀다.


견디다 못한 유대인은 이사를 갈까 생각하다가 여기서 물러서면 더 깔보고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거나 거리 청소를 말끔히 하고 소방서나 그 지역에 경찰서에 가서는 다른 말은 안 하고 이 지역을 위해 무언가 돕고 싶다면서 열심히 기부금을 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관, 소방서에서 오히려 주민을 설득시키고 보호하며 지역 행사 때마다 귀빈으로 모셨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맨하탄 거리의 악사나 또는 행상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장사를 하려면 우선 그 곳의 터줏대감과 타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몰매를 맞거나 해코지를 당한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우리끼리의 행사로 끝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였고 한국인이라는 자존심과 위상을 돋보이게 한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 마음으로 단합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금전으로 눈에 띄는 협조보다 남들같이 남이 하는대로 보조를 맞춰가는 것도 협조며 봉사다.

뉴저지 러더포드 교회에서 하는 가을 문화잔치 또한 그 취지로 시작을 했고, 남에게 밥 한끼 대접하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추진했다. 처음에는 그들이 어렵게 설립한 교회인 만큼 조심스러웠고, 더우기 한국인은 얼마 되지 않기에 섣불리 나설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때가 되면 서로 돕기에 한국인이 중심이 되는 한인 가을축제 때에도 아낌없이 도와주어 풍성한 가을 문화잔치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3년 전에도 그랬듯이 우리만의 행사가 아닌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몰랐던 문화를 알려주는 행사로 밀알선교 찬양팀이 아낌없는 성가로 미국인들이 감탄사를 터뜨렸고, 마지막 찬양에 함께 노래하고 율동으로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그리고 AAR 뉴저지 미국 미술협회, 한국 현대예술협회 해서 친교 공간은 우아한 고도의 예술의 극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더우기 이 지역의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이 남모르는 후원을 아낌없이 했지만 미국인 교우는 과자와 케익을 만들었고, 한인 교우는 김밥을 손수 말아서 대접했다. 그렇게 준비하는 동안에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되어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남의 잔치라고 무관심하거나 지역 행사에 우리 한국인들까지야 하는 생각과 각자 자기 교회 행사하기도 바쁜데 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영원히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나그네에 곁방살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은 뻔한 사실임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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