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융대란의 종착점

2008-10-03 (금)
크게 작게
이광영(전 언론인)

뉴욕 월가에서 시작되어 온세계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대란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부시 정부는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신자유주의가 명맥을 이어가도록 미봉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하원이 법안을 부결함으로 암초에 봉착,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하는 대사건으로 “신자유주의 금융권력의 실패”로 진단하고 20세기 말 소련이 붕괴되듯 21세기 초 미국 금융제국의 붕괴 조짐이라고까지 보는 비관적 견해가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구제 노력이 끝내 실패하고 오는 11월 선거에서 또다시 네오콘 세력이 집권하면 자본주의 최악의 얼굴인 파시즘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그런가 하면 이번 위기가 미국 금융계에 낀 군살을 빼고 금융 불확실성을 제거, 금융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없지 않다.
금융이란 기업의 생산활동, 근로자들의 노동과 소비, 유통업체의 판매활동 등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실물경제의 흐름에 통화라고 하는 기름을 쳐 매끄럽게 흐르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원래의 기능이다.


그런데 이윤이나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되고 있는 잉여가치의 누적으로 축적된 여유자금이 고루 분배되지 않고 한쪽으로 편중되어 빈부의 차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생산 소비의 흐름이 왜곡되고 사회적 과잉생산이 발생함으로서 경기변동과 공황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자본주의 제도는 위기를 맞곤 한다.자본제 생산양식이 발전되면 금융이 모든 산업과 유통을 지배, 장악하게 되고 투자기능이 더욱 확대 강화된다. 이번 금융위기도 투자은행(I.B.)과 투자회사들이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 등 후발 주자들의 치열한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미국의 제조업은 폐업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 산업은 공동화(空洞化)되었고 국내에는 세계 최고, 최강의 군산 복합체와 금융업체만 남아 전세계를 호령하며 첨단 금융기법으로 돈을 벌어 소수 부유층의 호주머니를 불려왔다.합리적 경제논리와는 따로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에는 돈 놓고 돈 먹는 무한 탐욕의 동기만이 지배한다. 실물경제에서는 재화와 용역의 댓가로서 돈이 흐르지만 자본으로서의 화폐는 돈만 이동한다.은행이나 증권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거래에 각종 파생 금융상품들의 구입에 돈을 불리는 이식수단으로서만 돈이 동원된다.

작금의 사상 최대 금융위기는 가까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즉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에서 발원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와 화폐경제의 부조화로 인한 과잉 통화가 빚어낸 참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탄탄한 제조업 기반의 회복과 함께 투기적 투자은행이 아닌 건실한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화폐는 물자의 베일에 불과하며 금융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먹고 입고 쓰고 사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실물경제로 지원하는 원래의 보조적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 모든 것을 방임함으로서 경제적 강자와 약자간의 갈등을 부르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공정한 선거로 세워진 민주정부가 합리적으로 나라 경제를 이끌고 규제하는 북구라파식 ‘사회민주주의’가 정답이 아닌가 여겨진다.

모순 많은 자본주의는 수정되어야 상생과 조화의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