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산 식품, 먹어야 하나

2008-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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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고문)

중국산 분유의 멜라민 파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지서 중국산 분유와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식품에 대한 수입금지 및 판매금지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는 지금 금융위기에 겹쳐 멜라민 공포에 떨고 있다.

멜라민은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하여 만든 고질소 화합물이다. 이 화학물질은 플라스틱과 염료, 접착제의 원료로 쓰이는데 일정수준 이상의 양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요로 결석이나 급성 신부전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또 신장이나 방광에 결정체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해 신장 분비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과 의식불명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유제품이나 동물 사료의 단백질 함유량을 검사할 때 단백질의 주 구성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정하는데 업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 고질소 화합물인 멜라민을 식품에 첨가함으로써 질소 함량을 높여 품질검사를 통과한다는 것이다. 식품에 콩이나 옥수수의 단백질을 제대로 사용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업자들이 유해식품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멜라민 문제가 불거진 후 중국당국의 수사에 따르면 일부 분유에서 멜라민이 허용기준치의 200배 이상 검출되었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신장결석 등 피해 어린이가 6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멜라민 문제가 2년 전에 알려졌고 지난 7월에는 피해 어린이가 나타났는데도 중국은 올림픽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쉬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파동은 유해식품이든 부정식품이든 가리지 않고 만들어 돈만 벌면 된다는 악덕업자들과 중국당국의 규제불비, 감독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산 식품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멜라민 뿐만 아니라 농약 투성이의 농산물, 중금속과 이산화황에 오염된 한약재는 말할 것도 없고 올들어서 일본에서는 농약 만두가 큰 소동을 일으켰다. 그 뿐 아니라 하수도에 버린 폐식용유에 공업용 그리스와 산화방지제를 섞어 만든 식용유, 오리에게 붉은색 구두약을 먹여 낳은 붉은 오리알, 옥수수 껍질에 공업용 색소로 염색한 가짜 고추가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식품 뿐 아니라 중국산 식품용기와 조리기구도 인체에 유해한 것이 많다. 식품용기와 조리기구에서는 납,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많이 나왔고 발암물질인 프롬알데히드도 검출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수입된 중국산 비닐 랩에서는 환경 호르몬이 허용기준치 보다 1,564배나 검출되기도 했다. 이런 식품용기와 조리기구는 유해식품에 못지않게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은 이른바 웰빙시대이다. 음식은 사람의 질병과 수명에 절대적인 관계가 있다. 따라서 삶의 질을 따지는 웰빙시대에는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일이 큰 관심사이다. 이른바 올개닉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해로운 중국산 식품을 먹어야 한다. 물론 중국산 식품이라고 해서 모두 유해 불량식품인 것은 아닐 것이고 또 언젠가는 그런 식품이 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식품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중국산 식품은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러면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시되어 있는 중국산 식품만 먹지 않으면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세계의 식품창고 구실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 세계 각지로 식품 원료가 흘러나가서 가공식품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식품이 아닌 한국산이나 미제 식품이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를 사용할 경우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국에서 먹는 식품점의 밑반찬이나 식당의 음식이 중국 농산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중국산 식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유해 불량식품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직결되는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인류에 대한 위협의 차원에서 볼 때 핵무기가 급성적인 위협이라면 유해식품은 만성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는 이 시대에 식품안전 문제를 해당 국가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유엔의 WHO가 질병을 관리하듯이 식품 안전문제를 관리하거나 또는 다른 방법의 국제적 방지대책과 제재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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