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찬가

2008-10-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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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육신의 병과 마음의 병이다.
어느 쪽이든 병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진짜 불행이 어떤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 육신의 병도 사람을 괴롭히지만 마음의 병은 깨어나기 힘들 만큼 사람을 괴롭힌다. 돈이나 명예 때문에 오는 마음의 병은 한 가지의 고통이지만 사랑 때문에 오는 마음의 병은 백 약이 무효인 번민이라는 독이다.

사랑은 누구나 원한다. 사랑은 주기도 원하고 받기도 원한다. 인생은 사랑의 실천을 위하여 삶을 소진하는 여정이다. 인간 삶의 목적이고 인생의 재산인 그 사랑이 현대에 와서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 되었다. 사랑의 본질인 진실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랑의 조건에는 꼭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사랑은 아무렇게나 시작하고 사랑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첫째로 마음이 순결해야 한다. 마음은 사랑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에 흠이 있거나 때가 끼어있으면 사랑은 담길 듯 하면서도 담기지 않는다. 둘째로, 사랑하는 마음은 몸이 항상 정결해야 한다. 세번째는 상대의 인격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 눈앞을 가로막더라도 그 역경을 헤치고 미래로 전진하는 힘과 대담성이 있어야 한다” 좁은문이란 소설을 쓴 앙드레지드의 말이다.


사랑은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탄식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사랑이 육신의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신앙적 사랑으로 승화시켜야 인간의 사랑이 완성 가까이 매듭을 지을 수가 있는 것이다.사랑을 갖지 못한 사람은 병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다. 사람의 가장 큰 기쁨은 사랑이라, 연인이던 선생님이던 친구던 이웃이던 누구를 사랑하던 사랑하고, 사랑을 상대에게 고백하는 행위가 가장 자연적이고 가장 순수한 행복이다.
사랑에는 종교적인 사랑이 있고 인간적인 사랑이 있다. 종교적인 사랑은 계명을 지키면서 깊어지고 봉사를 이행하면서 가치를 얻지만, 인간적인 사랑은 만남의 시간이라든가 약속들이 어긋나면서 점점 무르익어 가고 희생에서 재확인 된다. 그러나 그것이 길어지면 파탄이 온다.

사랑의 두께는 두꺼울수록 값이 있고 길면 길수록 행복해진다. 사랑으로 인하여 행복한 사람에게는 선한 영혼이 고이고 그 선한 영혼은 인생을 완성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완성하기까지에는 길고 긴 인내와 고통과 기다림이 있다. 만개한 꽃보다는 봉오리를 사랑하며 기다리는 인내, 소유하기에 마음이 바쁘기보다는 힘, 경험과 분별을 자랑하는 만년의 나이보다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의 시절을 사랑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인간적 사랑에 대하여 정신적 자서전을 쓸 수 있을 만큼 사랑에 대한 숭고한 이념과 건전한 행위를 지녔다면 그 사람은 사랑에 대한 자화상이 성공한 것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만이 좁은 문을 지나고 좁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사랑의 길도 좁은 문을 지나야 하고 수없이 아슬아슬한 좁은 길을 가야 한다. 종교가 진리라면 사랑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신은 죽었다!’ 니체의 말이다. 신은 영이고 영은 진리다. 신이 죽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진리가 왜곡되고 진실이 무너지는 사회상과 인간상을 보고 외친 말이다.
사랑을 얻은 자여! 사랑을 하는 자여! 사랑하는 상대를 신을 사랑하고 믿는 것처럼 하라! 그래야 사랑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사랑 위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 그것이 인간이 힘들여서 얻는 사랑이며 인간이 힘들여서 지속해야 할 사랑인 것이다. 성공하라! 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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