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 통일

2008-09-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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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김정일의 중병설이 북한의 앞날과 직결되어 한반도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는 핵문제와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후 북한의 내부 변화가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권관계에 맞물려 빚어낸 현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권경쟁의 최전선에 선 중국은 직접적인 대책 마련안에 촉각을 세우며 동북아 세력균형자로 자처하는 일본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북한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소련 또한 미국과의 힘겨루기로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패권을 꿈꾸며 한반도 문제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핵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주도권을 갖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문제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는 북한정권의 변화에 따른 정치적 회오리바람에 휩싸일 수 있다.


반면 남한은 한반도 문제에 실질적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소원해진 한미관계가 갑작스럽게 북한의 내부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6자회담의 결렬과 북한의 핵개발 포기의 철회를 동반한 북한의 내부 권력구조의 변화는 가장 긴급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는 그 어떤 대처방안이나 협조의 기미도 없다.

미국은 대선을 거쳐 신정부가 새로운 정책 입안으로 북한문제를 다룰 때까지 거의 반년 이상을 북미관계에 정책적 공황에 빠질 것이다. 만일 북한을 둘러싼 미,중,일,소련의 역학구도가 남한의 역량과 역할을 초월한다면 한반도의 국가 정체성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것이다. 북한의 내부 변화에 남한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취약해진 국가권력의 누수현상을 틈타 중국의 월권행위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저지와 소련과 일본의 이권 개입이 맞물릴 경우 북한은 더욱
혼란해질 것이다.

북한사회에서 최고 수뇌급에 속했던 황장엽은 월남 후 북한의 비인권적 독재정권의 실상을 폭로했다. 그가 미의회에서 한 생생한 증언들이 북한 인권법 발의에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비록 북한 인권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북한의 실상을 인지한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북한사회의 개방과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한때 대한민국은 좌파 지식이론이 운동권을 휩쓴 적이 있다.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보다 미국의 공격적 외교정책이 남침을 유도했다고 한국전쟁의 기원을 분석한 수정주의에 입각한 좌파이론이 만연했다.

소련의 문서 공개로 이제는 스탈린을 설득하고 모택동의 지지를 받은 김일성이 주도한 남침설이 정설이 되었다. 반세기가 지나 북한은 세계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가장 비인권적이며 국민의 대부분이 기아로 고통받는 저개발국이 되었다. 국가경제의 실패와 독재정권의 와해로 인한 국가 체제의 무력화는 북한의 종말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그러므로 북한 체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의 연관성은 두가지 측면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북한사회 내부의 불만과 경제난을 중국식 개방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핵을 포기하고 국제경제 편입을 위해 시장경제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다 보면 서서히 경제회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 유고시 3대 세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권력투쟁의 혼란 속에서 스스로 붕괴되는 것이다. 이러할 경우 남한의 흡수통일이 전제되어야 하나 현 국제정세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이권을 포기해야 하는 중국이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우기 흡수통일에 남한이 적
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경우 북한지역은 권력의 공백상태를 치고 나선 중국과 미국, 일본, 소련 등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지만 남한 정부가 그에 따른 착실한 대처와 준비를 쌓지 않는 한 미소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한 불행한 역사를 북한지역에서 되풀이할 수도 있다. 김정일의 중병설로 설왕설래하는 아마추어적 대북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전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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