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5복(五福)과 8복(八福)

2008-09-27 (토)
크게 작게
김명욱(논설위원)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이다. 짧게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 생명도 있다. 태어났으나 유아기에 죽는 생명도 있다. 소년기와 청년기 혹은 청 장년기에도 죽는 생명은 있다. 중년기, 즉 40대와 50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다. 60이 되면 환갑 혹은 회갑(回甲)이라 하여 인간의 생이 한 바퀴를 돌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한국 풍습에서는 잔치를 한다.

요즘 같으면 60이라도 잔치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에서 잔치를 해주려 하면 “빨리 죽으라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회갑을 맞은 사람이 역정을 낸다고 해서 그렇단다. 여하간 수명이 80 후반을 넘기게 되면 장수하는 편에 들어간다. 90을 넘으면 수명으로만 따져 하늘의 복을 받은 자라 할 수 있다. 서경(書經)에 보면 5복(五福)이 나온다. 그중에 제일 먼저가 수(壽)다. 수는 오래 사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富)다.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강령(康寧)이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다.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이다. 도덕 지키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다.


또 다른 문헌에서는 서경의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에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를 5복에 넣기도 한다. 귀는 말 그대로 귀하게 사는 것, 즉 명예스럽게 사는 것 등을 말하며 자손중다는 자식을 많이 낳아 후손들을 넓게 퍼뜨리는 것이다. 또 치아(齒牙·이빨)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이빨이 안 아픈 것도 5복 중에 들어 있다’고도 하나 그냥 퍼진 말이라 한다.

성경(聖經) 마태복음에 보면 8복(八福)이 나온다. 복이 있는 사람은 첫째로 심령이 가난한자다. 두 번째는 애통하는 자다. 세 번째는 온유한 자다. 네 번째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다. 다섯 번째는 긍휼히 여기는 자다. 여섯 번째는 마음이 청결한 자다. 일곱 번째는 화평하게 하는 자
다. 여덟 번째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다. 이들이 어떤 복을 받나 하면 심령이 가난한자는 천국을 소유한다. 애통하는 자는 위로를 받는
다.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배부르게 된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함을 받는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본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는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 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겸손한자다. 애통하는 자는 죄를 회개하는 자다. 온유한 자는 분노하지 않고 보복하지 않는 자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의를 추구하는 자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사람의 고통을 깊이 느끼고 그 불행을 회복시켜주는 자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사념을 버린 자다. 화평케 하는 자는 평화를 바라는 자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정의로운 자들이다.

서경의 5복과 성경의 8복은 다르다. 서경은 중국의 사서삼경(四書三經)중 하나다. 성경은 기독교(Christianity)의 경전이다. 서경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의 5복은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사람들의 바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현세(現世)적이다. 성경의 8복은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가 제자들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남긴 말이다. 천국을 향한 내세(來世)적이다. 8복이 내세적이라 하지만 다분히 현세적인 것도 많다. ‘온유하며, 의에 주리는 것. 긍휼하고 마음을 청결하게 하며 화평하게 하는 것’등은 삶 속에서 중요한 덕목이 될 수 있다. 그 덕목은 바로 복이 되어 자신과 타인을 함께 행복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 특히 ‘화평케 하는 자(peace maker)’같은 사람의 역할은 어디에도 복을 불러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서경의 5복이든 마태복음의 8복이든 복은 복이요 좋은 것이다. 현세에 복을 받을 수 있고 내세에서도 복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복은 없을 것이다. 복(福)은 행복(幸福)과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즉, 복 있게 살아가기를 추구한다. 복을 받으려면 복을 지어야만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도 한다. 길어야 100년. 인생을 사는 동안 사람은 모두 5복속에 들어 살기를 원한다. 서경의 5복을 옛날의 오복이라면 현대의 5복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 것도 있다. 첫째 건(健). 둘째 처(妻) 혹은 부(夫). 셋째 재(財). 넷째 사(事). 다섯째 붕(朋)이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만사가 허사로 된다.

옆에서 돌봐 줄 배우자가 있어야 행복하다. 적당한 재산이 있어야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즐기면서 살 수 있다. 일이 있어야 나태하지 않아 생활의 리듬이 있고 삶의 보람도 느끼면서 건강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알아주는 참된 친구가 있어야 참 복이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