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피성 인격 장애

2008-09-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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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상담센터)

바보같이 소심하고 예민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회피성 인격 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무서울 정도로 의식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감정 중 하나는 거절감이다.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무서워해 항상 친절하고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내 놓을 수 없다. 수치감 또한 높아서 본인의 실수나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용납하기가 힘들어 애초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대인관계를 지나치게도 회피한다.

그런데 회피성 인격장애인의 큰 특성은 마음 속으로는 너무도 강하게 친밀한 인간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청소년기부터 수줍음이 많아 친한 친구 한 두명으로 만족하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는 성향을 보인다. 무언가 행동을 옮기기 전에 타인의 비난과 부적절한 본인의 대응을 계속적으로 떠올리며 근심하다가 사람들과 좋은 만남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주위 사람들은 그의 친절하고 거부 못하는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나 힘든 일을 부탁하거나 떠넘기는 일 또한 자주 생겨나면서 스스로에게는 물론이고 타인을 향한 불만감도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회피성 인격장애는 성인이 되면 더욱 두드러지며,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사회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본인이 소속한 조직 안에서도 적절한 대인관계를 누릴 수 없다. 마음 속 깊이 친밀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거절감과 두려움은 증가되어 더욱 인간관계를 회피하고 고독한 삶의 방식을 찾는다.
사실 회피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난 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난 유머감각이 빵점이야” “사람들은 왜 나를 이해 못하지” 이런 종류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주장 훈련을 받으면서 나아지려고 노력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핑계를 대고 직접적 실행을 통해 본인의 지나친 민감성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대인관계에서 비롯되는 거절감과 두려움이 사실과는 터무니없이 다르고, 남들에게 항상 인정받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사고와 사람들의 지지감이 떨어지면 우울감, 분노, 불안에 쉽게 빠져드는 본인 감정적 변화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실생활에 적절히 적응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회피성 인격장애가 심각해지면 질수록 피해의식이 증가되어 타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고립된 생활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예를 들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희생자로 보고, 타인들을 배신자로 보는 경향이 늘어 분노감 또한 커져 대인관계에서 방어적인 태도로 돌변하면서 갑작스럽게 화를 드러내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거부받기 보다는 거부받는 편으로 돌아서 마음에 호감가는 사람이 생겨 발전적인 대인 또는 애인관계로 들어서려는 순간에 부적절한 이유로 자꾸 만남을 미루거나 회피한다.사실 회피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결혼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고 사랑의 실연에서 벗어나는 기간 또한 보통사람의 2~3배 정도 오래 걸린다. 이런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꾸준한 개인상담과 함께 그룹 상담으로 성격 변화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말 변화된 삶을 원한다면 더 이상 늦기 전에 도움을 청하고 발전된 인간관계를 시도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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