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나는 감정도 인정하고 사랑해 주세요

2008-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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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정(뉴욕가정상담소 선임 상담원)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화가 난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 말은 사실 화는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 내 속에 두고 싶지 않은데 나도 불안전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가 난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그러면 화는 꼭 피하고 싶고 가지고 싶지 않은 나쁜 감정일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 느끼고 싶어하는 감정들은 만족감, 행복감, 즐거움, 사랑스러움, 기쁨 등의 좋은 감정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생활하다 보면 이런 좋은 감정들보다도 보고 싶지 않고 느끼고 싶지 않은 화, 분노, 두려움, 불안, 질투심,
미움 등의 좋지않은 감정들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보통사람들은 이런 좋지 않은 감정들을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
으면 자신이 나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나와 관계를 거절할 것 같은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이 한번 생기면 그것을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숨기려하면 할수록 나의 방어막은 점점 강해지고 상대는 답답해 하고 거리감을 느끼고, 심한 경우 대화 상대로서 신뢰감을 잃게 된다.
사실은 나의 좋지않은 감정들을 숨김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 안전한 사람으로 보이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답답하고 방어적인 사람, 아무리 가까워지려고 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날 때도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방어하려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나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해”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실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을 남편, 부인, 부모, 또는 친구로 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그들은 답답하고, 짜증나고, 이유없이 화가 난다고 표현한다.나는 아무 문제를 못 느끼고 그저 가만히 있고 나쁜 감정을 전혀 표현한 적이 없는데도 상대는 나를 무시하고 답답해 하고 짜증을 내고 심지어는 화를 낸다. 잘 모르는 제 삼자가 이런 모습을 관찰하면 왜 저렇게 착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지 상대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는 나와의 관계를 피하거나 끊게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상대에게 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내가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내가 두려우면 두렵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상대가 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데 화가 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보통사람들은 가능하지 않다. 그냥 저 사람이 저런 식으로 말하니 내가 불쾌하고 화가 나네, 라고 느끼면 된다. 그리고 좀 더 연습이 된 사람들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상대에게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상대도 조심하게 되고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표현하고 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지만 나를 표현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자신감 있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일부이다. 그 감정들도 나를 찾아주기 위해 나를 지켜주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감정들을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속에 머물다 사라지게 된다. 화가 나면 내가 화가 나는구나를 먼저 느끼고, 그리고 왜 화가 나
지,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네, 그러면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하지를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표현해 보아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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