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이 클럽(JOY CLUB)

2008-09-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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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프라임 파동 이후 계속되는 미 금융계 파산및 합병소식에 따른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이 아직 회복될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반짝 호황을 누린 뒤 따라 온 불경기라 그 심리적인 압박이 더 강하게 여겨진다. 가볍게 만나 식사 한 번,차 한 잔 나누던 막역한 사이들인데도 누구 하나 선뜻 쉽게 초대하기 망설여진다. 만나면 비지니스가 안돼 스트레스 받거나 리스가 남아있는데도 좀 더 싼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고객과 빠듯한 가정경제에 시달리다 감정대립이 쌓여 이혼까지 검토한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자주 들려 온다. 그나마 경기가 잘 돌아갈 때는 묻혀있던 갈등들이 고조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주변의 위로없이 고민하다 보면 원치않는 우울증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민와서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예상치 못한 궁색에 문득 이유없는 무능함이 느껴질 땐 화가 치밀기도 한다.


고향 떠나 타국에 살면서 쉽게 공감대를 느끼며 친해질 수 있는,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건 분명 대단한 행운이다.
크고 작은 친목계나 종교 모임에도 있는 그대로의 속내를 내어 놓지 못해 외롭긴 마찬가지다. 이민올 때 제각기 살아 온 배경과 사연이 달라 쉽게 가까와지지 못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매일같이 수직선으로 집 값이 오르고 복수오퍼를 여러 장 받았던 호황 때는 그 많은 딜 하나하나마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매매가 조용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숏세일이 이뤄지려면 lender와의 오랜 줄다리기 협상이 성사되야 하므로 기존의 30~45일이라 정해놓은 에스크로 날짜에 익숙한 바이어들이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차압이 아닌 일반 매물들의 거래가 쉽지 않은 것은 아직도 좋은 가격에 팔려나간 옆집과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진 시세대로 가격을 내놓지 못하는 셀러들의 입장 때문이다. 일주일 혹은 한 달 간격으로 감정 시세가 지속적으로 달라진 경우가 없어 혼돈스럽다.

숏세일에 매달리다 딜이 깨지면 모처럼 좋은 가격으로 집 장만하려던 바이어들의 실망이 미안스럽기만 하다.
이래저래 마켓이 조용한데다 깨지는 딜만큼 에이전트들의 고충이 적지 않다. 같은 입장의 동료와의 공감대가 서서히 커진다. 마켓이 좋았을 때는 서로 바빠 차 한잔 조차 인색했던 사이가 짧은 인사에도 훈훈함을 느낀다. 매매하면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는 우리들만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족에겐 아무리 설명해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혼자 결정하고 판단해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지만 고객의 보금자리를 잘 선택해 드린다는 소명감 하나로 스스로를 위안삼는다.
신참 에이전트라는 소리를 벗어날 즈음 각 지사의 에이전트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각기 다른 지역의 마켓 동향과 일과 가정을 잘 꾸리는 수퍼우먼으로 살기 위해 남보다 더 노력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한 회사였어도 지면광고를 통해서나 얼굴을 익히던 사이가 같은 분야에 있다는 이유로 만날 때마다 가슴열며 쌓아둔 고민을 쉽게 털어 놓는다.
그저 좋은 만남이길 기대하며 ‘조이 클럽’으로 이름짓고 매달 일정액을 여성단체에 기부도 하면서 한마음이 된지 벌써 3년째,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끈끈한 우정이 생기면서 일하며 얻어지는 갈등을 쉽게 이겨낸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열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

어려운 때 일수록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둔다는 건 큰 힘이 된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많이 만들어 이민생활의 고충이 덜어질 수 있다면 차 한 잔에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려 보며 흐믓해 지는 순간 마음은 부자가 된다.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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