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위기를 기회로

2008-09-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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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월가에서 가장 오래된 리먼 브라더스 투자회사의 파산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 위기감은 지난 한주 동안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죽해서 ‘피의 일요일’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보도되었겠는가. 한때 잘 나가던 리먼 브라더스사의 직원이 자신의 짐과 서류가 든 박스를 가지고 하루 아침에 잡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또 이번 금융 허리케인으로 월가진출을 꿈꾸며 공부하던 많은 한인 경제관련 학생들도 꿈이 물거품이 되면서 이들이 장래 진로 문제로 매우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좌절감에 빠져있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역시 동일한 심정으로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정부는 직면한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만 우리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증폭되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완전히 잠재울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에 대한 대안의 부족과 확신의 결여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애쓰고 있는 입장이라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영향력이 더욱 실감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이나 사회인,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실제적인 경제문제보다도 사람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더 문제로 보고 있다. 그래서 ‘경제는 심리다’ 라는 말까지 있다. 경제가 사람들의 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전도가 앙양한 젊은 연예인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것도 원인이 사채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이 주는 근심이나, 낙심, 불안감을 이기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근심이란 말은 독일어의 뜻에 질식시킨다는 말이 있고, 그리스어는 사람의 마음을 나눈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근심하며 지내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안정하게 된다. 불안이란 말의 히브리어에는 고개 숙인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우리말에도 고개숙인 남자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도 고개숙인 남자, 고개숙인 가장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소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망을 지니는 방법 중 하나는 기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생각하면서 이번의 어려움도 극복하면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와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을 기억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소망은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머슨은 ‘생각이 인생의 열쇠’라고 하였다. 어려운 때일수록, 위기일수록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은 우리의 마음과 연결되고 우리의 마음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지킬만한 것 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고 하였다. 우리의 마음이 근심과 불안에 젖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말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말을 잘해야 한다. ‘죽겠다’ ‘안 된다’ ‘힘들다’ 대신에 ‘살겠다’ ‘할 수 있다’ ‘잘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말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무슨 씨를 심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황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각자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는 나 자신에 달려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말과 생각을 바꾸어 주어진 우리의 삶에 복된 씨를 심어야겠다. 미국속담에 ‘Apitude is more important than Attitude’란 말이 있다. 마음의 자세가 우리의 자세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즉, 어떤 어려움이나 경제적 위기가 위험이냐, 기회냐로 다가오는 것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위기가 성공과 번영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자세를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무난히 넘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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