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시간이 해결사 노릇 한다

2008-09-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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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세계가 금융위기라고 난리들이다.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금융회사들이 공용 쓰러지듯이 쓰러지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베어스턴스가 넘어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메릴린치는 아메리카 뱅크(Bank of America)에 넘어갔다. 한 주당 29달러로 440억 달러에 팔렸다.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 신청했다.

뉴욕의 증권가 월 스트리트에 가보면 황소 동상이 있다. 세계의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증권가를 잘 나타내는 우직한 황소 동상이다. 천년만년 세계 금융계를 휘어잡을 듯 했던 황소 같은 메릴린치와 리먼 브라더스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줄이야. 이것이 세상인가 보다. 언젠가 그 황소에 앉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이젠 그 월가의 황소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 값 더 떨어질까 봐 근심걱정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주식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마음 편한 사람들은 주식도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주식이란 먹고살고 남는 재산으로 횡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하는 잉여분의 돈일수도 있다. 이런 주식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으니 가진 자들의 불행이다.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식 값이 떨어져도 남은 돈으로 먹고살 길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401K 같은 은퇴연금을 들은 서민들이다. 은퇴하여 쓸려고 들어둔 은퇴연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기에 그렇다. 이유는 401K에 불입돼 투자되는 펀드들의 주식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지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주식에 올인(All In)했다 주식 값이 폭락해 모아놓은 돈들을 몽땅 잃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401K 은퇴연금 등이 줄어드는 서민들의 걱정근심은 많이 낳은 편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마음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격언처럼 마음이 아플 것이다. 터지기는 대형 금융사들의 파산인데 억울하게 서민들의 은퇴연금이 바닥나고 있으니 그렇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괜찮다. 현상유지는 할 수 있으니 굶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치명타일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도 은행을 믿지 못할 정도이니 은행이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리가 만무하다. 은행들도 자기들 몸 사리기에 바쁘다. 은행돈 빌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다.

미국에서 방귀를 뀌면 아시아에선 태풍이 분다고 하는 말이 있다. 미국의 입김이 그만큼 세다는 말일 것이다. 하긴 미국 내 금융계 거물들의 회사가 넘어지니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태풍권에 진입된 듯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태풍권 안에 들어있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정부나 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008년 8월8일 저녁8시. 길조라 하여 8888로 시작된 중국의 제29회 올림픽도 무사히 잘 끝났다. 그런데 왜 이리 세계가 돈 때문에 뒤숭숭한지 모르겠다. 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아니 돈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무서운 것이다.

증권도 돈이다. 잘나가는 회사의 증권인 주식을 사 두어 잘되면 몇 십, 몇 백 배까지도 뛴다. 그래서 부자 된 사람들도 많다. 증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보통 봉급 받는 사람들이 평생 벌어 봐도 구경도 못할 돈을 하루아침에 벌어들이는 사람도 있다. 주식투자로 돈이 돈을 알 까듯 낳는 것이다. 그래서 증권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본봉에 보너스다 하여 보통 월급쟁이들은 상상도 못할 액수의 연봉을 받는 것을 신문지상을 통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한 친구가 걱정을 한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딸이 있는데 얼마 전 뉴욕에 있는 금융증권회사에 취직이 되어 들어갔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와 리먼 부라더스 같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넘어지는 시기에 들어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잘 나가던 금융증권회사들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알 수가 없다고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어떻게 돌아가든 세상은 또 돌아가게 돼 있으니 그렇다. 지구가 둥글
듯, 돌아가는 것이 세상이다. 폭풍과 폭설이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칠 때도 있다. 자연의 변화처럼 세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햇볕이 쨍하고 비추며 세상을 환하게 비출 날은 분명히 온다. 세계가 금융위기라 난리를 치지만 세월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미국정부가 대책 마련을 하는 모양이다. 금융시장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기구설립이다. 문제는 어려울수록 침착히 역경을 대처해 나가는 데 있다. 허리띠를 졸라 매야할 때는 졸라야한다. 시간이 해결사 노릇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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