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술과 가정폭력이 만나는 자리

2008-09-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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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련(뉴욕가정상담소 카운슬러)

필자가 아동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일하면서 관찰한 흥미로운 현상 중의 하나는 이들의 미술 작업에 인물 모습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하자면, 아동에 의해 그려지는 처음 인식되는 대개의 이미지는 인물이다. 아이가 사람들과 사람들이 그의 생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인물은 아동의 그림에서 커다란 중심 영역을 차지하게 된다. 아동에게 중요한 사람이 고통이나 공포와 관련된 경험을 한 경우 이 아이는 정서적 수준에서 인물을 그리는데 더 어려움을 가질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로부터 관찰한 또 다른 현상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미술품을 간직하지 않으려 하고, 미술작업을 시도하거나 마치는 능력이 부족하며,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한 주제를 반복시킨다. 덧붙여서 아동들은 폭력적인 환경에서 일어나는 혼란이 두려워서 과도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을 ‘거짓 성숙’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아이처럼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아동의 미술작품과 행동에서의 이러한 특성은 폭력과 불안정한 가정환경을 드러내는 것과 많은 관련이 있다. 창의적인 미술 매체는 이러한 아동들에게 아이처럼 행동하도록 퇴행하고, 통제를 안전하게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미술은 아동이 자신의 내면의 갈등, 정서, 자기-개념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페인팅은 그림을 그릴 때의 아이의 내면세계의 표현이다. 미술을 통하여 정서적, 사회적 성장을 알아볼 수 있다.
미술은 아동이 개인의 생애 경험에서 갖게된 정체감의 정도를 반영할 수 있다. 미술 치료를 사용하는 것은 안전한 상황을 창조하는 중요한 열쇠이고 충격적인 환경에서의 경험과 반대되는 경험이다. 미술 치료의 몇 가지 중요한 점은 미술이 창조하는 즐거운 측면은 아동으로 하여금 불안을 일
으키는 어려움을 탐색하고 극복하도록 돕는다.

미술은 느낌을 인식하고 아동이 겪은 어려운 사건을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각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가 본 5살 어린이는 미술
을 가정 폭력의 충격을 대처하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아이와 처음 치료 시간을 가졌을 때, 이 아이는 유성 미술 작품을 쉽게 포기하고 작품을 전혀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미술품이 ‘못 생겼다’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버렸다. 그녀는 또한 미술 재료를 2살 정도의 아이가 사용하는 수준의 퇴행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미술치료 환경은 이 아이가 자연스럽게 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아이는 그녀의 미술작업 과정에서 더욱 더 자신감이 있게 되었다. 이 아이는 퇴행과정을 마치고 나서 자기 나이에 더 적합한 작품, 예를 들면 종이 인형이나 실제의 의미가 있는 페인팅 등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아이의 미술 작품과 노력에 대한 수용과 지지적인 태도의 도움으로 그녀의 미술작품에 대한 ‘나쁜’ 측면이나 결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아동은 그녀 자신의 미술 작품을 즐겁고 가치와 의미가 가득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또한 덜 퇴행하였고 작품을 자발적으로 시도하고 더 사려깊게 작업을 하였다. 미술과 안전한 환경을 통하여 이 아이는 자기감이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이 글에서 발표한 사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개인들의 미술-작업 과정과 미술 치료의 많은 장
점 중의 하나의 보기이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폭력과 관련된 어려운 감정을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말로도 표현하기가 또한 힘들다. 점토, 페인트, 연필, 또는 펜을 통한 미술은 조용하지만 어려운 생애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 의미있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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