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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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려다 다 죽는다!!’

2008-09-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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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며칠 전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ABC와 인터뷰를 통해서 현재 금융위기는 100년 만에 한번 올수 있는 사건이라고 언급하였다. 정말 기가 차는 노릇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온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드디어 정부주도체제로 변환되는 구제방안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한 달여간 인수 합병설로 무성했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되었고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던 메릴린치는 48시간 협상 만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전격 합병되었다. 현재 투자 은행의 빅 5중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2곳만 남아있다. 이 두 곳도 또한 떨어지는 주가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부도난 리먼 브러더스처럼 투자은행에 대해 좀 설명하면 시중 은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지점을 두고 저축 등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각종 주식 투자, 증권, 채권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 있다. 일반적으로 상업은행은 유동성 자산 가치가 대부분 오픈되는 반면 투자은행은 돈이 되는 모든 것을 증권이나 채권으로 만들어 시장에 유통을 시킴으로 수익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비즈니스 형태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은행은 상업은행을 말한다. 하지만 투자 은행들은 미국 젊은이들의 취업 선망의 1순위이다.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하면 월가의 투자 은행은 서로 모셔 가는데 이들 한 명당 실적과 받는 급여 또한 상업은행과 비교할 수가 없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투자은행 한 곳의 투자분석가의 융자를 했었는데 연말에 받는 보너스만 20만달러가 넘었다. 이런 최고의 두뇌들이 수십년간 월가의 투자은행에 포진해서 세계의 돈줄을 주도해 왔다.

이들 빅 5은행은 모간 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인데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JP 모간체이스에 넘어 갈 때만 해도 이런 투자 은행도 서브프라임으로 무너질 수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리먼과 메릴린치가 한날 동시에 무너지니 정말 100년만에 한번 올 수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금융 회사가 터지고 있으니 이것을 막는 것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또 세계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 그룹(AIG)도 심각한 유동성 자금 유기에 직면해 있다. 16일 발표에 따르면 다행히 연준(FRB)은 재무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연방준비법 (Federal Reserve Act) 13조에 의거, 뉴욕 연방은행이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하도록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또 FRB는 현재 상황에서 AIG가 실패할 경우 이미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더해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가계 자산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럼 최근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언제쯤 그 끝을 보게 될까? 이 금융권의 위기를 일반 가정으로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가정에서 주택을 구입하고 융자를 얻어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아가고 있다고 하자. 구체적으로 50만달러에 주택을 구입해서 20%인 10만달러를 다운하고 1차로 40만달러 융자를 얻었다고 하자. 그런데 이 가정에서 자녀들을 대학 보내고 주택 리모델링 비용으로 에퀴티를 이용해서 5만달러를 홈에퀴티 라인을 얻었다고 하자.

여기서 큰딸 대학 학비로 1만달러를 사용하고 집수리비로 1만달러를 사용했다면 아직 에퀴티 라인으로 3만달러가 남아있다. 여기서 작은 아들 학비로 1만달러가 더 필요해서 체크를 사용했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당신의 주택가격이 하향되어 에퀴티 라인을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가정은 느닷없이 자금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사고라도 생겨 수입이 줄어든다고 하면 한 두 달 모기지 연체가 생기고 급기야 차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줄어든 주택가만큼 유동성 자금이 줄어든 것이 화근이 되어 부도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지금 위기에 처한 금융권의 대부분이 이런 부동산 채권과 관련이 있다.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되고 언제쯤 끝이 날까?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주택 가격 하락세를 가져왔고 주택가 하락이 월가를 집어 삼켰다. 이젠 월가에서 보험회사까지 넘보고 있다. 방법은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주택 가격 안정은 간단하다. 주택을 잘 팔고 사게끔만 하면 된다. 주택을 잘 팔기 위해서 바이어가 잘 사주면 된다. 주택을 잘 사려고 하면 그것도 간단하다. 낮은 이자에 융자가 잘 나오면 된다. 지금 현 이자는 역대 이자를 비교해 볼때 현저히 낮다. 그렇다면 지금 주택 시장의 문제는 융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필자의 의견은 지난 2~3년 전처럼 크레딧 점수만 좋다고 막무가내로 100% 융자를 남발하는 그런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모기지 융자 은행들이 너무 몸들을 사리니 도대체가 바이어들이 융자를 얻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예를 들어 100% 융자를 해주었던 프로그램이 알트에이(Alt-A)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이용하던 외국인 융자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고 다운이 많을 경우 노닥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모든 은행에서 Alt-A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좀 어리석은 조치이다.

30% 이상 충분히 다운을 요구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적당히 붙여 이자를 받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그냥 모기지 융자 은행들이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최고 우량의 모기지만 선별해서 융자를 받으려고 하니 주택 시장은 위축되고 이것이 시중 매물을 늘어나게 만들고 끊임없는 주택가격 하
락을 가져오고 있다. 정부에서 구제안을 발표하는 것도 좋으나 지금 시점에서 융자의 숨통을 터줘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가 있다.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무작위로 에퀴티 라인을 줄여버리고 한주가 멀다하고 융자 가이드라인만 강화시키면 결국 모두가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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