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금융 쓰나미가 몰려온다

2008-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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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쓰나미가 몰려온다
이기영(고문)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월스트릿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몰락시키면서 세계를 금융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 위기는 금융시장에서는 9.11 테러보다도 더 충격적이다. 이런 사태를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
는 금융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제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 직전에 JP 모건 체이스에 인수될 때만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여기서 끝날 것이라는 안일한 전망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5일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3위인 메릴린치가 위기에 직면하여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면서 금융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위기를 넘기고 있고 미국 제 1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제 2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언제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는 풍전등화의 처지에 있다. 그야말로 금융계가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세계적인 금융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금융산업이 세계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이번에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에는 한국의 투자기관과 은행들도 투자를 했는데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에 따라 그 투자액을 날리게 되어 해당 금융기관의 부실은 물론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되었다. 또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미국의 투자기관이 한국의 주식 보유분을 매각할 경우 한국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주식 매각대금을 달러로 인출하게 되니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의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벌써 금융 중심지인 영국에 투자은행의 붕괴 쓰나미가 상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의 금융 위기가 속히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유럽 국가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금융 대란이 도대체 언제쯤 끝나게 될까. 낙관론과 비관론이 분분한 것을 보면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문제는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멈추고 주택 경기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낙관하기가 아직 이르다. 주택가격은 그동안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높은 편이다.

오래 전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이 정도의 가격 하락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주택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아직도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주택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인데 이 주택가격의 하락이 금융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경기침체를 부채질 할 것이므로 우리 앞에는 더 나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대란의 피해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투자은행의 몰락은 투자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지만 시중은행이 파산할 경우 은행 이용자들이 직접 피해를 당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을 붕괴시킨 금융 쓰나미는 벌써 시중은행으로 밀려들고 있는데 그 첫번째 타겟으로 워싱턴 뮤추얼과 와코비아 은행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전문가는 이 금융대란으로 1,000개의 미국 은행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대공황 시절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시중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주들은 FDIC 보험 한도인 10만 달러까지는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 금액을 초과한 예금액을 날릴 수도 있다. 또 은행 업무가 중단됨으로써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불편은 물론이고 특히 비즈니스 구좌를 쓰지 못하게 되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나 그밖의 융자를 받은 사람은 융자 전액을 일시에 변제할 것을 요구받게 되는데 요즘처럼 재융자를 하기 어려울 때는 꼼짝없이 담보를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휘몰아치고 있는 금융 위기는 보통 위기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우리 생활로 밀려 들어오는 거대한 쓰나미인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금융 쓰나미가 진정될 기미가 없으니 각자가 이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자기의 금융 자산이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검토하여 안전 모드로 재정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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