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가렌트 구속 중재 법안’ 추진에 거는 기대

2008-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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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1부 부장대우)

수년 째 한인 자영업계는 업종을 막론하고 유례없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기침체에 살인적인 렌트 폭등 행진, 노동법 규제 강화 등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위기로 은행 돈줄이 바짝 말라 버리면서 기댈 언덕마저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들려온 ‘뉴욕시 상가 렌트 구속 중재법안(Commercial Lease Mediation Arbitration Bill) 추진’ 소식은 그나마 한인 업계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돼 주고 있다. 로버트 잭슨 시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상가렌트 구속중재 법안’은 현재 초안 작성이 마무리
된 상태로 오는 24일 시의회 법안 의제로 정식 등록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의 골자는 상가 건물주와 세입자 간에 렌트 결정을 구속력을 가진 중재기관으로 하여금 중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즉 건물주가 현재처럼 일방적으로 렌트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 소상인들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도록 보장한다는 점에서 소상인들에게는 벌써부터 입법 실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소상인이 주축인 한인업계만 보더라도 수년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렌트로 인해 비즈니스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렌트 문제로 건물주와의 마찰까지 발생하면서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시의 통계를 보면 소상인들의 실상은 더욱 비참하다. 매년 파산하는 소상인 숫자가 루돌프 줄리아니 행정부 당시 7,500여개 꼴이었으나 마이클 블룸버그 행정부에서 들어와서는 2배 가까운 1만4,000개 이상으로 확대돼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법안 통과 전망이 밝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뉴욕시장 및 시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데다 소상인을 대변하고 있는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계 출신 시의원들이 전체 시의원의 2/3에 육박하고 있는 점도 법안 통과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분위기 상으로는 입법 실현도 어렵지 않은 형국이다.

그러나 입법 성사를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상가렌트 구속중재법안과 유사한 ‘상가렌트 안정법’이 지난 1999년 뉴욕시의회 표결에서 1표 차이로 아깝게 부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법안 통과는 따 논 당상이라고 했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따라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은 물론 히스패닉, 흑인, 백인, 아시아계 소상인들의 연대 활동이 절실하다.

한인 소상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입법 추진 활동에 적극 가담해 우리의 목소리를 힘껏 내야 한다. 여기에 범동포 차원에서 힘을 보태 줄 수 있다면 한결 더 쉽게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아무쪼록 이번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 한인 소상인들의 미래에 환한 빛을 비추는 등불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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