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잔 김 의 인테리어 리포트- 지금쯤 어떤 9월의 향기를

2008-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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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김 의   인테리어  리포트- 지금쯤 어떤 9월의 향기를

패밀리 룸 창에 설치한 얇고 고은 천은 햇빛을 차단하면서도 바깥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장점이다.

이번에는 과거 내가 했던 프로젝트를 소개하려 한다.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가면서 필요한 가구 구입을 위해 만나게 된 어바인의 최모씨는 이미 웬만한 인테리어 전문가였다. 그녀는 주위에 훌륭히 지어진 모델 하우스들을 수차례 다니며,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을 본인의 집에 접목시키고 싶은지 등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디자이너로서 손님의 성향을 파악하고 디자인을 추천하는데 시간이 많이 절약되며 손님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각 방의 크기와 기능, 취향에 따라 가구 선택이 끝나면서 집안 치장의 마무리로 창문에 옷을 입히기로 하였다.


50개가 넘는 창문과 프렌치 도어(french door)를 지닌 지중해풍의 이 아름다운 집에 대한 윈도우 트리트먼트(window treatment) 디자인은 의외로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이 같이 잘 생긴 집에 지나친 장식으로 인한 부담보다는 집 주인의 깔끔한 성향에 맞추어 디자인과 원단의 통일성을 두어 간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꾀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 집에 들어서면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크림치즈의 내벽 페인트 색에 맞춰 중후하게 걸려 있는 주물로 된 샹들리에와 수공으로 마무리 되어진 진한 커피 컬러의 원목 바닥재였다. 이렇게 준수하게 마무리되어진 컬러와 내장재의 컨셉에 맞춰 두 종류의 윈도 트리트먼트를 하기로 하였다.
색상은 모두 뉴트럴 컬러로 통일감을 주되 린넨 소재의 원단을 사용한 드레이퍼리(drapery, 일상 커튼이라고도 함)와 친환경 소재인 우븐 셰이드(woven shade)로 조화로운 변화를 주기로 하였다. 이 디자인은 공간 장식의 통일감과 아울러 자연 소재의 활용으로 깨끗함과 시원함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이에 좀 더 완숙미를 주기 위해 샹들리에와 같은 소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손으로 두들겨 마치 망치자국을 낸 듯한 피니얼(finial, 커튼 봉 끝 부분에 사용하는 장식 마감재), 드레이퍼리의 모양을 잡아 유지시켜 주는 홀더, 드레이퍼리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바톤 등을 모두 주물을 이용한 디자인을 함으로써 세세한 부분의 감각을 살려냈다.

또한 방마다의 기능과 역할에 따른 변화도 주었다. 패밀리 룸에서는 10피트 폭의 넓은 반원 창문 위에 얇고 고운 천을 통해 리모트 컨트롤의 로만 셰이드 디자인을 함으로써 햇빛을 가리면서도 소파 뒤의 아름다운 정원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기능성과 편리함을 꾀하였다. 홈 디어터 기능이 있는 방에는 햇빛 차단과 음향 흡수를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였다.

햇볕이 잘 드는 이층에 위치한 중학교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방에는 친환경 소재인 우븐 셰이드를 위 아래로 자유롭게 열고 닫게 함으로써 사생활 보호와 함께 햇빛의 위치에 따른 가리개의 역할에 충실을 기하였다.

이 같은 작업의 완성도를 꾀하기 위해 손님과의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하면서 나 또한 손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유난히 꽃 디자인에 재주가 있는 최씨는 그녀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센스가 담긴 작품들을 집안 곳곳에 장식하였다.

지금쯤 어떤 9월의 향기를 지닌 꽃 장식이 테이블 위에서 한껏 뽐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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