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켈란젤로의 부활

2008-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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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복원을 세계에 호소하고 나섰다. 교황청의 재정으로는 이 엄청난 복원 비용을 충당할 여력도 없고 무엇보다도 복원 기술의 전무 상태다. 여기에 선뜻 응하고 나선 나라가 일본이요, 스폰서는 ‘일본 TV’이다. 백년 천년을 바라보는 투자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전세계에서 선발한 최고의 고미술 복원가, 최첨단 광학기재, 복원 원자재 확보 등 준비기간 2년, 복원작업 13년, 복원 비용 14억엔(일화) 이상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결산은 밝혀진 바 없다.450년 동안 천문학적 숫자의 방문객이라는 인간 공해! 미사 때마다 밝히는 촛불과 등잔불에서
나오는 ‘끄름’, 이들로부터 ‘최후의 심판’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첨단 수법이라는 ‘그리스와인’ ‘동물성 아교’를 수 세기 동안 수없이 바르고 발라왔다.

이런 보호 수단은 일시적 효과는 볼 수 있다 하나 수 세기를 거치는 동안 이 수법은 결과적으로 그림에 치명상을 안겨주고 말았다. 그림을 살리는 길은 오직 하나, 세척을 통해 원색의 표면을 걷어내는 길 뿐이다.수 세기 동안 발라댄 아교는 ‘끄름’과 ‘먼지’와 겹치면서 가죽같이 굳어졌을 것이다. 이것을 원색에 털끝 만치의 손상도 입히지 않고 걷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을 고미술 복원가는 13년에 걸쳐 해낸 것이다.


완벽하게 표피의 오물만을 용해시켜 중류수에 적신 스폰지로 묻혀냈을 것이요, 사용하는 모든 브러시는 동물성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사타구니 털’을 주로 사용했을 것이다.이 모든 것 위에 결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장인정신이다. 작업진도 ‘1㎠’로 진행되는 복원작업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뼈를 깎는 장인정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또한 천재화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450년을 복원하는데 이만한 댓가를 치룬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가톨릭 신부 마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 열풍에 몰아치던 1534년 교황 구르맨드 7세는 신앙에 불신을 품으려 하는 민중에게 신의 심판을 주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미켈란젤로에게 ‘최후의 심판’의 제작을 명했다. 당시 미켈란젤로의 나이 60이었다.그는 제작 명을 받고도 2년이나 머뭇거렸고 착수하고 5년인 1541년에 완성시켰다(이보다 29년 전 1512년에 천정화 ‘천지창조’ ‘인간의 역사’를 끝냈다).

당시 미켈란젤로는 종교개혁파의 전도사로서 화형에 처해졌던 신부 ‘사포나로사’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때문에 ‘최후의 심판’의 제작 명을 받고도 2년이나 버텼는지도 모른다. 만일 미켈란젤로가 음지의 종교개혁주의자로서 ‘최후의 심판’을 그렸다면 그림 속의 예수의 사자성은 어떤 소리였을까!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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