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기자로 첫 발을 내디디며...

2008-09-17 (수)
크게 작게
구재관(취재1부 기자)

얼마 전 퇴근 길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메인 스트릿 인근 골목으로 자전거를 돌렸다. 45번 버스가 키세나 교차로를 지나 루즈벨트 애비뉴로 진입하려던 순간 골목길에서 나오던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일으켜 버스 타이어는 찌그러졌고, 승용차는 전조등과 앞 범퍼가 부서졌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는 듯 보였던 그때, 승용차를 운전했던 한인 여성이 차에서 내려 버스 운전사와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버스 승객들은 바쁘다며 짜증을 부렸고 도로의 다른 차량들도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댔다.

게다가 버스 운전기사가 스프레이로 사고 흔적을 기록하는 동안 승용차 운전자인 한인 여성은 차를 움직여 길가로 이동해 버렸다. 아마도 골목에서 나오려던 차량들 때문에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인 여성은 대뜸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버스 운전기사
도 이에 질세라 열을 올리며 따졌다. 버스 승객들까지 가세해 서로 편을 갈라 언성을 높이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양쪽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서로 일리가 있었기에 사실상 딱히 어느 쪽 말이 옳다고 편을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올 초 언론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숱하게 접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일은 기자의 일상생활 속에 늘 따라다녔고 때문에 매 순간마다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단순한 교통사고 하나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은 마당에 늘 공정하고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하는 진실보도는 얼마나 힘들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인지 매일 매 순간 느끼면서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때문에 초년병 기자로서 진실을 찾아나가는데 있어 기자의 책임감과 양심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지금의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며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는 기자로 남고자 하는 각오로 오늘도 취재 현장으로 향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