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음, 느낌과 생각 사이

2008-09-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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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의사)

믿음(信)은 관계에서 나온다. 내가, ‘나’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은 ‘아프다, 슬프다, 좋다, 싫다…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처럼 항상 바르게 느끼는 그 ‘놈’이 바로 ‘나’다(眞我).‘느낌’의 처음 경험은(Basic Trust) 유아 때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나오고 이 관계의 형태가
평생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나의 ‘느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또 나의 ‘생각’은 어떤가? 내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고 다섯 감각기관을 통하여 느껴지는 것, 즉 나와 나, 혹은 나와 나 아닌 것(타인, 자연, 우주)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을 ‘믿음’이라 할 수 있다.

나와 신(神)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이 실존하건 안 하건 그것은 문제가 안된다. 신과 나와의 관계가 이루어지면(느끼면)외롭지 않아서 좋고 어린 시절 어머니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고, 걱정 안해도 되니까 좋다.
믿음은 ‘자기투사’를 대상으로 착각하여서도 일어난다는 뜻이다. 아니 보통사람들의 믿음(느낌)은 이 범주에 속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대상화하여 믿는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과학자들의 이론이나 심리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 종교적 경전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환언하면 ‘느낌’은 생각 이전에 일어난다.


그러나 생각은 느낌 이후에 일어나는 것도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것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투사’가 본질이다. 꿈도 생시의 망상도 같은 현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의 느낌(眞我)이 확실하다고 한 점의 의혹 없이 믿어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眞, 本性, 佛性, No Projection, 道)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바른 ‘느낌’은 곧 나(眞我)요, ‘믿음’과 ‘느낌’은 같은 것이며 ‘생각’은 투사가 만들어낸 망상이다.

‘바보의 벽(요로 다케시 지음-2003년)’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의 요지는 대강 이렇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바보의 벽’에 갇혀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우리 두뇌의 구조가 그렇다”고 말한다. ‘기능성 자기 공영장치’라는 기계를 이용한 한 실험의 결과에서도 “우리들은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있다”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 다른 실험을 보면 어떤 ‘증거’나 사건(예:대발견)이 진실이라도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감정(바보의 벽)에 부합되지 않으면 ‘진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에도 무수히 경험한다.

예를들면, 갈릴레오의 지동설, 코페르니쿠스, 컬럼버스가 지구가 원형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북미대륙의 발견은 물론 그 후에 오는 서양의 항해술이 발달할 수 있었다.요약해 보면 느낌도 생각과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없을 수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느낌’을 확신, 즉 ‘믿음’과 ‘느낌’을 일치할 수 있는가?먼저 ‘도정신치료의 입문’-(저자 이동식) 책에서 “정신문제의 원인은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느낌)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화(느낌)를 풀지 못하면 속으로 들어가 증상
으로 나타난다. 즉 불안, 초조, 불면증, 우울, 소화불량... 정신장애”, “정신장애는 감정장애(느낌을 자유롭게 표현 못하고 꾹 참아서 오는 장애)” “정신치료는 환자 스스로가 못 고치는 것을 치료자가 환자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환자와 치료자 관계가
‘느낌’으로 이루어진다”환자와 치료자가 동시에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을 공감(共感)이라고 하고 이것이 치료의 핵심적 요소(Therapeutic Factor)로 알려져 있다.

말은 촉매에 불과하다. 위에서 읽고 느끼는 것처럼 느낌이 즉 삶이요, 병이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해야 ‘바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가? 서양에서는 정신분석치료를 받아서 바른 느낌을 확신하는 수련을 계속해야 하고 동양에서는 수도(修道)를 해서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고 했다.(覺)
동양은 벌써 2500여년 전에 서양은 겨우 100년 조금 지났다. 동양과 서양의 공통점은 ‘투사’를 하지 않는 것이고, ‘투사’를 하지 않는 경지에 오면 眞如(正느낌)의 세계이고 무엇을 이야기 해도 다 정언(正言)이 된다는 뜻이다. 즉 ‘느낌’과 ‘생각’이 같다. 꿈과 각성시가 같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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