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루지아전쟁, 새 냉전의 도화선인가?

2008-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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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그루지아 전쟁이 일어난지 한 달이 지났다. 총성은 멎었으나 전후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배후 강대국들의 국제정치 움직임이 바쁘다. 베일에 가려졌떤 전쟁의 원인과 성격, 그 배경들도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어 세계의 이목이 이 지구촌 축제에 쏠려있을 때 서(西)아시아 일각에서 느닷없는 전쟁이 터져 그 배경과 원인이 관심사로 되었다.

옛 소련연방에서 독립하여 친미정책을 추구하며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이 나라의 사카슈빌리 대통령 정부는 러시아인이 많이 사는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한 남(南) 오세티아 자치령을 무력으로 공격, 이전부터 분쟁지역인 이곳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되어 있던 러시아군 10 수명이 살상되었다.
러시아는 즉각 대규모 기갑부대와 공군 전폭기, 흑해의 함정까지 육·해·공군을 동원하여 그루지아를 공략함으로서 수 천명의 인명피해를 내는 살육전으로 발전하였다.영어권 나라들에서는 조지아라고 부르는 그루지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아시아의 맨 서쪽과 유럽의 초입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7만 ㎢, 한반도 넓이의 약 3분의 1이다. 인구는 500만이 약간 넘는 작은 나라로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이 나라 출신이다.


인종은 터키인 비슷한 아시안이며 포도와 포도주가 유명하다. 1인당 소득은 2,000달러를 약간 웃도는 가난한 나라. 카스피 바다 근해의 유전이 본격 개발되면 흑해까지 수송하는 송유관이 이 나라를 지나게 되어 있다.
전쟁이 일어난 직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와 미국의 강력한 경고로 러시아는 더 이상의 확전을 멈추고 철군을 약속했으나 말 뿐이다.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덫에 걸린 사카슈빌리를 쫓아내고 이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으려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이번 전쟁에 미국의 음모가 개입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목할만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미국 네오콘 세력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 열세에 있는 매케인을 지원하기 위해 판세를 역전시킬 환경을 조성코저 친미 대통령 사카슈빌리를 사주하여 전쟁을 도발했다고 주장했다.매케인 후보의 선거진영 중 수석 외교참모 랜디 슈네만은 이라크전쟁을 지지한 네오콘으로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친구이자 최근까지 그루지아를 위한 로비스트였다는 사실도 푸틴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던 9월 초, 대회 현장인 미네아폴리스에 가 있어야 할 딕 체니 부통령이 엉뚱하게도 그루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나타났다. 비밀 행각과 공작정치에 능한 네오콘 수장 딕 체니의 그루지아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대다수 미국 국민들과 온세계 평화적 주민들은 명분 없고 낭비적인 이라크전쟁에 지쳐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루지아 내전에 미국 네오콘이 개입하고 부추킨다면 그것은 미국과 러시아간 새로운 냉전의 도화선이 되어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수 있게 된다.

외신 보도와 논평에서처럼 미국 호전세력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그 동기는 무엇일까?미국 군산복합체의 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무기시장의 창출, 이것이 문제의 정답이며 사태의 본질이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네오콘과 군수업체 간에는 정치·경제적으로 질긴 유대, 끈끈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 군부는 그동안 수 천억달러를 들여 MD(미사일 방어체제)를 개발하고 체코, 폴란드, 그리고 이번에 그루지아에 러시아를 겨누고 이 첨단무기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먼 나라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이 아니다. 세계 정세를 알고 국제정치감각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 현상을 파악해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장악해야 미국의 진정한 국가 이익, 세계평화, 인류의 복지라는 보다 중요한 대의(大義)를 가려보는 형안이 길러진다. 이것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주권적 시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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