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 내비게이션

2008-09-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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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편리한 세상이다. 어느 특정 지역을 처음으로 찾아갈 때에도 주소만 알면 가는 길은 걱정이 없다. 차 안에 설치한 내비게이션 덕택이다. 이것은 지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음성으로 길 안내를 한다. 영어를 모르면 한국말로 들으면 된다. 교육에도 이런 지침을 주는 기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길잡이는 왜 필요한가.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길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한 방향에 따르는 방법이나 수단을 뜻한다. 그 길은 단수이기 보다는 복수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이렇게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면 거기에는 최상이나 중간이나 최하의 길도 있을 것이다.우리들은 쉬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각자가 선택한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 모두 길 위에서 움직이다가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앞과 뒤를 보면서 생각한다. 이 길이 올바른 길인가 하고. 때로는 되돌아가기도 하고, 내친걸음에 계속 앞으로 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아예 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도 가져본다. 하여튼 길 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어느 길을 걷고 있거나 그것은 삶의 한 모습이다.


어느 일에나 여러가지 길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때로는 여러 가닥의 개별적인 목적이 있지만, 그것을 한데 묶는 큰 목적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가. 요즈음 한 마디로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 교육이라고 하지만 그 대상이 확실하게 몇 종류로 나누어지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우선 한국 내의 국어교육과 한국문화 교육은 창조적인 전통문화를 마음과 몸에 지닌 정수 집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장차 한국문화를 전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근래 외지로 이주한 학생에 대한 한국적인 교육은 이미 한국 내에서 교육받은 것을 토대로 하여서 그 위에 가일층의 풍부한 내용을 첨가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외지에서 태어난 2·3세에 대한 한국문화 교육은 본인이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긍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겠다. 여기에 요즈
음 점차로 그 수효가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의 참여는 그들이 한국문화를 익혀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한국문화를 세계화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또 한국학 연구 학자의 증가는 이론적으로 한국문화를 더욱 풍부하고 확고하게 뒷받침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국문화 교육 대상자의 다양성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 할 것은 학습자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명확히 구별한 교육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내에서 한국어도 제대로 알기 전에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도 여기에 바탕이 있다. 이 지역에서 한국문화 교육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찬성할 수 없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그렇다면 이렇게 여러 갈래의 한국문화 교육은 제각기 다른 목표가 있는가. 아니다. 크게 한 군데에 모인다. 바로 조상의 얼이 담긴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넓게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생활화 하면서, 세계화하는 것이다. 현실성이 적은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지지만 모든 학습은 학습 동기의 강약이 성과와 정비례한다. 다시 말하면 뜻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길이 있는 곳에 열매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학교에도 변화가 있다. 한국어가 서투른 교사 지망생이 있는가 하면, 숙제를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는 학부모의 수효가 늘고 있다. 오래 전 러시아에 갔을 때 잊고 있는 한국어를 되살려야 하겠다고 탄식하던 성인들을 만났다. 일본의 한국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이 한국어를 잘 몰라서 교육 효과를 올리지 못한다고 푸념하던 일을 기억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각종 대상에 맞는 교육 방법을 연구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한 가지 목적에 이르는 길이지만 색깔이 다양해진 것 뿐이다. 말하자면 교육 내비게이션의 내용이 풍부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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